[한 장면] 수집, 영혼을 채우는 그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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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병은 마시고 버리는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수집가들은 이벤트를 추억하기 위해, 특별 디자인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든다. 사진은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한정판 코카콜라. 두리반 제공

'호모 컬렉투스(Homo Collectus)'. '수집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22명의 '평범한'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집의 즐거움'에서 저자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모으는 것은 본능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그 욕구를 억누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수집에도 트렌드가 있다. 우표나 양주, 화폐, 공중전화 카드와 같은 전통적인 수집물품은 인기가 떨어지는 대신 캐릭터 인형인 피겨와 농구화, 텀블러, 콜라병 같은 이색 수집품이 저변을 넓혀간다. 심지어 청첩장이나 괴담까지 모은다.

콜라병 컬렉션은 요즘 수집 트렌드에서 '핫(hot)'한 아이템이다. 세계적인 음료 코카콜라는 수집가들에게는 더 이상 그냥 한번 마시고 버리는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코카콜라 수집가 클럽'에 수만 명이 활동하고 있고, 박람회까지 열린다.

이들 사이에 인기 아이템은 월드컵 한정품이나 디자이너 에디션 따위. 올림픽이나 월드컵, 특정 이벤트가 디자인된 캔 또는 병은 일회성 소비물품을 넘어 사회적인 기억을 되살려주는 매개체가 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발매된, 호돌이가 그려져 있는 콜라병은 1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그 돈을 주고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수집의 즐거움 / 박균호
이베이나 SNS를 통해 국제적인 거래도 활발하다. 까다로운 액체 반입 규정 때문에 보내는 쪽에서 병을 비워 항공 우편으로 보내면 받는 쪽은 다시 콜라를 채워 뚜껑을 닫아 보관한다.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란다.

책에서 소개된 컬렉터 김근영 씨는 프로모션용 컵과 전화기, 필기구, 전화카드 등 코카콜라가 만들었거나 코카콜라가 그려져 있는 것까지 모두 1천여 점의 컬렉션을 갖췄다.

그중 세계적인 란제리 디자이너 샹탈 코마스가 디자인한 콜라병은 핑크색 바탕에 레이스와 리본 장식이 영락없는 란제리다. 코카콜라 125주년 기념으로 각국에서 나온 한정판 중 프랑스 까르푸판은 여배우 화보 같고, 타이완판도 화려함의 극치다.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 시리즈는 심심파적 마실 거리를 뛰어 넘어 전위 예술적이다.

저자는 인터뷰한 수집가 중에서 흡연이나 음주를 즐기는 이들의 비율이 극히 낮았다고 소개했다. 정성들여 가꾼 컬렉션을 그윽하게 바라보기만 해도 영혼의 포만감이 오기 때문일 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컬렉터'라는 괴테의 말은 그래서 옳다. 박균호 지음/두리반/292쪽/1만 6천 원.

김승일 기자 do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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