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락한 '고향의 강'] MB식 막무가내 개발에 콘텐츠는 떠내려가고 공사판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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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까지 완공 예정이었던 사상구 학장천 '고향의 강' 사업이 2018년으로 연기 되었으나 공정률이 52%로 지지 부진하다. 김경현 기자 view@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명품 생태하천을 만들겠다던 '고향의 강' 사업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정부가 거창하게 사업을 벌였지만, 공사는 길어지고 사업 내용도 부실해졌다. '포스트 4대강'이라던 고향의 강 사업이 결국 생태 없는 생태하천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학장천·지사천 '고향의 강'
MB 시절 쏟아지던 예산 끊겨
50%대 공정 제자리걸음만
명품 하천은커녕 민원만 폭증
단기간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

■예산 부족 허덕이는 포스트 4대강


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애초 올해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었던 사상구 학장천(4.7㎞ 구간)과 강서구 지사천(4.2㎞) 고향의 강 사업 공정률이 현재 각각 52%, 50%에 머물고 있다. 완공 목표도 학장천은 2018년, 지사천은 내년 말로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 지연은 예산이 부족해서다. 예정대로라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학장천에 총 480억 원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233억 원만 투입됐다. 지사천은 총 사업비 98억 원 중 지금까지 30억 원의 예산만 투입됐다.

고향의 강 사업비는 국·시비 비율이 6대 4다. 매년 안정적으로 국비가 확보되어야, 지자체가 계획적인 사업집행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국비 지원은 턱없이 모자라고 들쭉날쭉하다. 학장천은 필요한 국비 288억 원 중 160억 원 정도만, 지사천은 59억 원 중 20억여 원만 내려왔다.

예산 부족 사태는 정부의 사업 태도에서 비롯됐다. 하천사업에 주력했던 이명박 정부가 2010년 관련 사업을 크게 벌였지만, 명확한 국비 지원 방향과 생태복원 프로그램 등은 없었다. 결국 2013년 들어선 현 정부가 뒷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사업의 계획성도 흐트러지고 있다는 것.

고향의 강 사업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천 수질 개선에 직접 연관된 예산은 부족하고, 본질적으로 하천 주변에 길을 놓는 토목공사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명품하천 안 보이는 '고향의 강'

예산 부족으로 명품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는 사업내용의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책로 조성 등 기초 토목공사가 우선시되고, 환경·문화 콘텐츠들은 뒷순위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부산 사상구 학장교차로 학장천과 구덕천 합류지점은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하지만 공사장의 분주함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하천 안 굴착기도 낮잠을 자고 있었다.지난 2010년 1월부터 시작된 학장천 고향의 강 사업 공사는 현재 사업 1단계 구간(세심교~학장2가교, 520m) 만 공사가 끝났을 뿐이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공정의 절반가량만 이뤄진 것이다. 공사가 늘어지면서 소음과 먼지 피해 등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물을 가둬놓고 공사를 하다 보니 모기와 깔따구 출현도 잦다.

2013년 첫 삽을 뜬 지사천 고향의 강 사업도 환경단체의 질타를 받고 있다. 습지와 억새군락 등을 조성하고, 다양한 하천 생물을 살게 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였다. 정작 실제 공사는 흙길을 걷어내고, 시멘트 산책로를 깔고 있는 등 공사가 반생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반발 이유다.

문화 콘텐츠 확보도 불투명한 상태다. 공사가 끝난 지사천 1단계 구간(515m)의 경우 애초 '선비 문화 체험 공간'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현재 하천 양옆 폭 3m 정도의 시멘트 길 외엔 별다른 인프라가 없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고향의 강 사업지였던 울산 남구 여천천의 경우 5m 짜리 옹벽이 들어섰다. 하늘과 옹벽만 보고 산책을 해야 하는 셈이다"며 "생태와 문화라는 말들은 결국 하천공사를 위해 끌어들인 수식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백상·황석하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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