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전격 합병 '후계자' 이재용 입지강화 포석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전격 합병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회사(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 떠올라 그룹 내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삼성그룹의 재편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명은 '삼성물산' 사용
순환출자 구조 해소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주 그룹의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데 이어 이번 합병으로 그룹 후계자의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양사는 9월 1일 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 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모태기업 이름인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합병 소식에 양사의 주가는 주가 상한선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