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울산동백 실종 사건] 420년 만에 고향 온 '울산 꽃' 한 그루 감쪽같이 사라져 발칵
울산 중구청은 지난 5월 21일 청사 광장에 중구 학성이 원산지인 울산동백을 심고 많은 중구민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울산 중구청 제공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태풍이 휘몰고 간 지난 11일 토요일 일찌감치 구청장실로 출근했다. 중구 곳곳에서 보고된 태풍 피해는 물론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울산동백이 걱정스러웠던 것.
박 구청장은 구청장실 창문 너머 중구청 광장에 심어둔 울산동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라보는 게 즐거움 중 하나다. 이날도 습관처럼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던 박 구청장은 그만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하나, 둘, 셋, 넷…. 넷?' 박 구청장은 몇 번을 다시 세어보았지만 분명 네 그루 뿐이었다. 울산동백 5그루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한 그루가 사라진 것이다.
박 구청장은 즉각 울산동백 관리부서에 연락을 취했다. 다른 꽃은 몰라도 '울산동백'은 중구청장, 아니 중구민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약 420년 만에 고향 종갓집에 돌아온 '울산 꽃'이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 학성이 원산지인 울산동백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넘어간 뒤 400여 년 만에 울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울산시청에 심어진 탓에 정작 울산동백의 본가나 다름없는 울산 중구에는 이 꽃이 없었다. 울산동백이 고향 땅에 왔지만 집 밖을 돌아다니는 신세였다.
박 구청장은 '중구에 울산동백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직원들과 울산동백을 구하려고 사방팔방 뛰었다. 울산동백 증식작업을 하고 있는 울산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했지만 "분양 단계가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만큼 귀한 꽃이다.
중구는 수소문 끝에 울산동백을 일본에서 직접 수입해 식물원에서 키우는 조경업자를 알게 됐고, 끈질긴 설득으로 5년생 동백 묘목 11그루를 얻는 데 성공했다.
박 구청장과 직원들은 소중한 울산동백을 지난 5월 21일 학성공원(6그루)과 구청 광장(5그루)에 나눠 심어 많은 중구민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내년은 울산동백을 일본에 가져간 지 420년이 되는 해(육십갑자가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런 동백이 한 그루 사라졌으니, 중구청이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중구 관계자는 "워낙 귀한 나무인 탓에 이를 알아본 누군가가 울산동백을 몰래 가져간 것 같다"며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울산동백 광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고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