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투신 사태-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는?] 주관 뚜렷했던 중견 시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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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에 항의하며 17일 투신 자살한 고현철 부산대 교수는 부산 문학 평론 분야에서 활약해 온 중견 평론가였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품이었지만 평론에 있어서만은 주관을 내려놓지 않았다. 부산 평론이 중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끈 고 김준오 선생의 제자로 평소 스승의 이런 평론관을 따르려 했다.

이번 '극단적 선택'은 고 교수의 이런 성품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하고 있다.

고 교수는 평소 교수회 활동을 하거나 총장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목소리를 외부로 내지는 않았지만, 인문대 출신 총장의 행보가 실망스럽다는 얘기를 종종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 본관 앞 단식 농성장을 직접 찾아 "건강이 좋지 않아 진작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1991년 비평전문지 '오늘의 문예비평'에 평론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평론가의 길을 걸었고,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층 엄격한 비평 활동을 이어갔다.

시 비평을 중심으로 활약한 고 교수는 평론집 '탈식민주의와 생태주의 시학'에서 우리 시에 내재한 식민성을 지적하는 등 독자적 시론 정립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구체성의 비평' '현대시의 패러디와 장르이론' 등의 평론집을 남겼다.

평론에 앞서 시로 문학을 시작한 그는 1992년 무크지 '지평' 10집에 시 6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그 꿈을 놓지 않아 2013년에는 시집 '평사리 송사리'를 내 지역 문학계를 놀라게 했다.

고 교수는 문학과 더불어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 평론가로도 활약하며 부산대 영화연구소 소장을 맡기도 했다. 김영한 기자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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