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흔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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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 2000년대 초반 전자 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전국으로 퍼진 '긴급 뉴스'였다.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던 거구의 미국 관광객들이 설악산 관광을 하다 서로 힘을 합쳐 흔들바위(쇠뿔 바위 혹은 우각암)를 아래도 밀어 떨어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신문기사 작성 요건인 육하원칙(5W1H)을 정확히 갖추고 있어 신빙성을 더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매우 놀랐고,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는 문의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결국, 이 소동은 어느 짓궂은 사람의 소행으로 밝혀져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관광 온 스모 선수가 힘자랑하다 추락시켰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낭설은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옛말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다. 이는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범이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뜻이다.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흔들바위를 놓고 이런 뜬소문이 나도는 건 흔들리되 절대 지반에서 떨어지지 않는 특징 때문이리라. 한 명이 흔드나 수백 명이 흔드나 그 흔들림이 일정한 점도 사람들의 흥미를 더 돋운다. 이런 모양의 암괴를 지형학 용어로 토르(tor)라 부른다. 화강암이 침식과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생기는 원리여서 다양한 모양을 띠는 속성이 있다. 흔들바위의 다른 명칭은 '돌알 바위' '건들 바위' '암탑(岩塔)' '동석(動石)' 등이다. 설악산 외에 유명한 흔들바위는 경남 김해 무척산, 경기도 안성 팔봉산의 그것이다. 지난해에는 대구 팔공산에서 설악산 쇠뿔 바위의 4배나 되는 흔들바위가 발견됐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부산의 진산(鎭山)인 금정산에도 흔들바위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위치는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대운동장 뒤편 금정산 자락.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건 안전성 검증. 단순히 움직이는 것만으론 진짜 흔들바위가 될 수 없다. 밀어도 굴러떨어지지 않은 신비성을 갖춰야 흔들바위 반열에 오르게 된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감자알' 모양의 이 바위가 그런 구조로 되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흔들바위는 이 시민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금정산 산신령의 선물이 아닐까.

이준영 논설위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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