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정유 주권 바꿔 달라면 100% 사기

각종 사기 사건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속칭 '정주영 현대정유 주권(사진)' 사기가 또 터졌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위조된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주권 수백억 원어치를 유통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故 정주영 회장 지인에게 받아…"
475억대 유통하려던 2명 구속
구 주권 폐기 과정서 모조품 유통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75억 원 규모의 현대정유 주권 90여 장을 유통하려 한 혐의(위조유가증권행사및사기)로 고 모(55) 씨 등 4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고 씨 등은 지난 5월 3일 대구에서 건설업자 김 모(58) 씨에게 접근, 채무 변제 기일 연장을 조건으로 5천 원권 주식 10만 장의 가치를 지닌 현대정유㈜ 주권 1장(5억 원 상당)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고 씨에게 2천900만 원을 빌려준 상태였다.
고 씨 등은 또 지난 8월 20일 부산 강서구의 한 식당에서 안 모(55) 씨에게 같은 회사 주권 93매를 유통하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고 씨 일당은 주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면 수수료 명목으로 2억 5천만 원을 주겠다며 안 씨를 속여 보증금 2억 원을 받고 주권을 넘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대정유 구 주권이 각종 사기 사건의 단골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1999년 9월 아랍에미리트 국영투자회사 IPIC로부터 5억 1천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구 주권 1억 432만 주를 회수하고 신주권 2억 4천508만 주를 발행한 이후 구 주권을 둘러싼 각종 사건이 잇달았다.
현대 측이 2002년1월 S 폐기물업체에 구 주권 소각처리를 위탁했다가 S사 일부 직원들이 이를 빼돌려 유통한 이후 시중에는 각종 소문과 사기 사건이 줄을 이었다. 경찰은 현재 유사 주권이 10종 이상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문제의 주권은 발행된 적이 없고 크기와 숫자 모양 등이 실제와 다르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해당 회사의 구 주권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모조품이 횡행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