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장승포 무늬오징어 팁런 낚시] 물골이 '노다지'… 바닥 노릴 때마다 신명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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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박길 씨는 능숙한 솜씨로 무늬오징어를 연달아 걸어냈다.

하동에서 온 박길 씨는 능숙한 솜씨로 무늬오징어를 연달아 걸어냈다. 하동에서 온 박길 씨는 능숙한 솜씨로 무늬오징어를 연달아 걸어냈다.

온 바다를 검게 물들이던 적조도 어느새 물러갔다.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되는 바다는 무늬오징어의 힘찬 입질이 시작되었다. 그 혹독한 여름에도 제 몸을 키웠던 이 기특한 두족류는 이제 가을 바다에서 거칠 것 없이 먹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거제 앞바다에서 계절을 예고하는 무늬오징어가 잘 잡힌다는 소식에 장승포 새바다 호 김옥돌(010-3598-2156) 선장을 찾아갔다. 지난 7월 외줄낚시로 맺은 인연이다. 새벽부터 시작한 선상 '팁런(Tip-Run) 낚시'에 먹물을 거칠게 뿜으며 씨알 좋은 무늬오징어가 줄기차게 올라왔다.


■바닥을 찍어라

새벽 4시, 어둠을 뚫고 새바다 호가 서서히 장승포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도착한 곳은 지심도 갯바위가 언뜻언뜻 보이는 포인트. 수심은 15m라고 했다. 7~8명의 에깅꾼들이 일제히 채비를 내렸다. 팁런 낚시는 연안에서 하는 것과 달리 채비를 그리 멀리 던지지 않아도 된다. 조류에 에기를 태우듯 서서히 바닥으로 내렸다.


한참 풀려가던 원줄이 어느새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채비를 들어 별다른 동작 없이 기다리다가 입질이 없으면 또 바닥을 찍었다.

선수 쪽에 섰던 팀 중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히트!"라고 외쳤다. 낚싯대 휨새가 커서 제법 큰놈이 물었나 생각하고 잽싸게 뛰어갔다. 김 선장이 "바닥이제, 바닥에서 물지요?"라고 다급하게 물었다. 올라온 것은 문어였다. 이번에는 하동에서 왔다는 선미 쪽 팀이 입질을 받았다. 수면 가까이 나오자 먹물을 찍찍~ 뿜는 것이 무늬오징어였다. 400g 정도의 크기였다.


이른 새벽부터 장승포항을 나서 무늬오징어 팁런 낚시를 시작했다. 이른 새벽부터 장승포항을 나서 무늬오징어 팁런 낚시를 시작했다.

앞쪽과 뒤쪽에서 몇 번의 입질을 받는 와중에도 도무지 소식이 없었다. 조류가 살짝 센 지점이 있어 원줄을 1~2m 정도 스르르 흘린 뒤 멈췄더니 바로 묵직한 입질이 왔다. "바닥이네요. 바닥에서 뭅니다." 이번에는 선장에게 먼저 '보고'를 했다. 김 선장이 빙그레 웃었다.

새바다 호는 닻을 내리지 않고 배를 조류에 태우며 낚시했다. 한참 입질이 없었다. 장소를 옮겼더니 갯바위에서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갯바위 낚시꾼이었다.

하동에서 온 박길 씨는 능숙한 솜씨로 무늬오징어를 연달아 걸어냈다.


■물골을 노려라

서이말 등대가 있는 직벽 인근의 포인트로 갔다. 제법 날이 밝아오더니 뒤쪽과 달리 소식이 없던 앞쪽에서 연달아 무늬오징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하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기자의 옆에 선 에깅꾼 한 명은 영 적응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한 마리를 잡은 기자와 달리 2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첫 수를 못한 것이다.

부산 영도에서 와 무늬오징어 낚시를 처음 한 정진우 씨는 킬로그램급에 육박하는 대형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부산 영도에서 와 무늬오징어 낚시를 처음 한 정진우 씨는 킬로그램급에 육박하는 대형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다른 낚시꾼과 달리 오징어를 유혹하는 '낚싯대 흔들기'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은 기자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무늬오징어 한 마리를 잡아내고 감격하던 정 씨가 연이어 '㎏급'에 육박하는 대물 무늬오징어를 걸어낸 것이다.

부산 꾼들이 물골을 노려 연달아 무늬오징어를 낚아내고 있다. 부산 꾼들이 물골을 노려 연달아 무늬오징어를 낚아내고 있다.

일단 감을 잡자 정 씨는 곧잘 무늬오징어를 잡아냈다.

하동에서 온 박길 씨는 30g짜리 팁런 전용 에기를 써서 두 자릿수 무늬오징어를 잡아냈다. 푸른색 계통의 에기는 다른 낚시인들은 잘 쓰지 않는 종류인데 이날 특효를 발휘했다. 함께 온 친구 차경태 씨도 바빠졌다. 이들은 자주 선상 에깅을 해서 손맛을 본다고 했다. 앞쪽에서 물골을 노린 부산에서 온 팀은 던질 때마다 한 마리씩 걸어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밝은 색을 쓰라

이번에는 포인트를 내도로 옮겼다. 깎아낸 듯한 기암괴석과 그 사이를 흐르는 조류는 변화무쌍했다. 김 선장이 물색이 어두우니 밝은색 에기를 쓰라고 알려주었다.

팁런 에깅은 전용 에기를 쓰는 것이 옳았다. 보통의 에기는 15g 내외로 가벼워 깊은 수심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조류까지 있으면 채비가 한없이 떠내려가 버린다. 그래서 봉돌을 에기에 추가로 달거나 아예 20~50g까지 무겁게 만든 전용 에기를 쓰는 것이다. 봉돌을 기존 에기에 장착해도 되지만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흠이다.


당일 배에서 올린 두자릿수 무늬오징어 조황. 당일 배에서 올린 두자릿수 무늬오징어 조황.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한 외도의 갯바위 포인트로 이동했다. 큰놈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올라왔다.

작은 바위섬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두 바다의 수온이 달랐다. 김 선장은 바다는 약간의 위치 차이에도 조건이 다 다르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부지런히 채비를 운용해야 좋은 조과를 가질 수 있다.

아무래도 날이 밝자 선수 쪽에 자리 잡은 팀의 성과가 좋았다. 부산 사상에서 친구와 왔다는 진대봉 씨는 새벽에 문어 한 마리로 고전하더니 날이 밝자 지속해서 입질을 받아 이날 마릿수로 장원을 차지했다. 줄잡아 스무 마리가 넘었다. 같이 온 친구 정회진 씨도 나란히 선수에 서서 번갈아 무늬오징어를 올렸다. 이미 새바다호를 탄 적이 있던 이들은 루어 특급 포인트인 '뱃머리' 자리를 잘 활용한 것이다.

새바다 호 김 선장은 전체 조과가 성에 안 찼던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철수를 결정했다. 그런데도 잡은 무늬오징어를 뱃전에 늘어놓으니 욕심을 더 안 부려도 될 만큼 많았다.


"가을이 깊어지면 씨알이 훨씬 굵어져 한 마리 걸면 줄을 쭉쭉 풀고 나갑니다. 오징어 낚시는 그 재미죠." 또 오라는 말이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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