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연 앞둔 '신촌블루스' 리더 엄인호 "'골목길'은 헤어진 여인 그리며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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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부산에서 공연을 갖는 '신촌블루스'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엄인호. 신촌블루스 제공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여자 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가 '골목길'과 '아쉬움'입니다. 1977년으로 기억하는데, 저는 군 문제 등으로 서울로 올라가야 했고, 여자 친구는 혼기가 차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됐죠."

오는 24일 부산공연을 앞둔 '신촌블루스' 엄인호가 명곡 '골목길'과 '아쉬움'을 만든 비화를 공개하면서, 그 두 곡이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남포동 '작은새', 초량동 '클라이막스' 등 부산의 음악다방(음악전문 카페)에서 DJ로 활동하던 엄인호는 당시 여자 친구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곡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고 했다. '환상', '그대 없는 거리'도 그때 만들어졌다.

엄인호는 "부산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음악전문 카페의 DJ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DJ 활동을 하면서 만든 엄인호의 곡은 이후 신촌블루스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시대를 넘은 명곡으로 이어졌다.

신촌블루스의 명곡이 탄생한 부산에서 10여 년 만에 단독공연을 여는 엄인호의 신촌블루스는 오는 24일 오후 7시 부산 금정구 예술지구_P 금사락에서 부산투어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내년이면 결성 30주년을 맞는 신촌블루스가 30주년 기념앨범과 기념공연을 앞두고 벌이고 있는 '신촌블루스 코리아 클럽투어'의 하나로 열린다.

신촌블루스는 1986년 결성돼 고(故) 김현식, 한영애, 박인수, 정경화, 정서용, 이은미, 강허달림 등 출중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를 배출한 한국 블루스 음악의 산실로, 80년대 청년문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신촌블루스는 리더 엄인호(기타)를 중심으로 여전히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새 앨범 '신촌블루스 리바이벌'을 발표했다. 신촌블루스에는 현재 강성희, 제니스, 김상우 등 3명의 젊은 보컬이 함께하고 있다.

부산 공연에 앞서 서울 홍대 앞 신촌블루스 작업실에서 만난 엄인호는 "부산의 음악카페 '작은새'에서 DJ로 활동하고 있을 때 이정선 씨가 노래를 하려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의 DJ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올라간 엄인호는 이광조와 이정선을 만나 '풍선'이라는 팀을 만들어 1년 동안 활동하다, '장끼'라는 밴드를 결성해 3년 동안 활동했다.

"'장끼' 앨범이 2장 나왔지만, 밴드들과 음악적 견해가 다른 데다 밤업소 일도 해야 해 혐오스러웠죠. 그래서 작곡에 전념하기 위해 성음레코드에 들어가 이광조와 권인하, 작곡가 이영훈 등을 영입하는 등 프로듀서 일을 했지만, 그것도 뭔가 불편했어요. 그래서 신촌의 레드 제플린에서 이정선과 만나 한영애, 김현식, 권인하, 정소영 등을 끌어들여 시작하게 된 것이 신촌블루스입니다. 관객 중에는 이문세, 이장희도 있었죠"

레드 제플린의 장소가 좁아 소극장 공연을 하라는 계속되는 요구에 신촌블루스는 1986년 대학로에서 첫 공연을 했다. 신촌블루스의 첫 공연은 대성황을 이뤄 연장공연을 해야 했다. 첫 공연 과정에서 신촌블루스라는 팀 이름이 지어졌다고 엄인호는 밝혔다.

"6일간의 공연 예정이었는데, 티켓 전쟁이 벌어져 어쩔 수 없이 7일인가 8일 동안 공연을 했죠. 당시 부른 노래가 '바람인가', '아쉬움' 등이었는데 앨범은 한참 뒤에 나왔죠. 그리고 첫 공연 당시 그룹 이름이 필요하다고 해 인터뷰 과정에서 즉석에서 붙여진 이름이 '신촌블루스'였다" 고 엄인호는 밝혔다.

"녹음할 때와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엄인호는 "무대에 몇 시간씩 서 있지만, 체력은 저도 모르게 나옵니다.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연주 위주의 공연을 많이 한다는 점이고, 그래서 즉흥적인 연주도 있죠" 라고 말했다.

엄인호는 아직 아날로그 방식의 앨범을 내고 있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신촌블루스 리바이벌' 역시 아날로그 방식의 앨범이었다. 디지털 방식보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아날로그 방식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엄인호는 "아날로그 사운드는 정형화된 사운드가 아니라 따뜻하다. 디지털 방식은 깔끔하긴 하지만 여백의 미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로 마스터링을 하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을 거친다고 말한 엄인호는 "음악이 여백도 있어야 하고, 여유도 있어야 하는데 디지털 녹음은 노이즈를 살리지 못한다"며 옛날 엘피(LP)로 듣는 느낌, 소위 '손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운드라고 덧붙였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불리는 '아쉬움', '골목길' 등 자신의 곡에 대해 엄인호는 "시대에 어울리게 편곡해서 부른 곡이라 얘기하고 싶은 건 없다"며 "신촌블루스의 스타일이 있지만, 요즘 스타일에 맞게 편곡되는 것이 대중음악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부산공연에 함께하는 신촌블루스의 젊은 보컬 강성희는 소울풀한 흑인필, 제니스는 부드러운 재즈필, 김상우는 록적인 보이스를 갖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적절하게 어우러져 2시간 동안 진행될 공연의 맛을 더욱 살린다. 신촌블루스의 부산 공연에서는 밴드 호플레이(HoPLAY)가 오프닝 무대를 연다. 규호(기타. 보컬)와 이동준(드럼. 카혼)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호플레이는 지난 9월 1집 앨범 '화이트(WHITE)'를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

신촌블루스의 명곡이 탄생한 부산에서 여는 엄인호의 신촌블루스의 부산공연은 오는 24일 오후 7시 '금사락'에서 열리며,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진행 중이다.

이춘우 선임기자 bomb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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