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9. 어느 10월의 가을을 기억하게 하는 노래 배리 매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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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낙엽 밟으며 듣고 싶은 '달콤한 슈가팝'

10월의 가을을 기억하게 하는 노래, 배리 매닐로 음반 표지. 김정범 제공

한동안 기억에 잊혀 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이 음악들이 갑자기 왜 이토록 마음속으로 다가오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심지어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이런 음악을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에요.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니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파마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라디오 헤드의 음악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순간 혼자 울컥해진다든가, 또 야외에서 가족들과 고기를 굽다가도요. 라디오에서 들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가사에 '센치' 해진 나머지 고기를 전부 태워버린다든가 하는 등등요. 그러고 보면 어쩌면 이런 음악들이 각자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나만의 음악들일는지도 모릅니다.

이 계절에 여러분들만의 음악은 어떤 것들인지 저도 궁금해 지는데요. 저에게도 저만의 10월의 그리고 가을의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배리 매닐로의 음악들, 그중에서도 오늘 음반가게를 통해 소개해 드리는 1984년작 새벽 두 시의 파라다이스 카페 (2:00 am Paradise Cafe) 음반이 그렇습니다.

특히 이 시기 즈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배리 매닐로의 '10월이 가면 (When October Goes)'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단풍 나뭇잎 하나 두 개쯤 주섬주섬 손에 들고 한적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지요. 배리 매닐로는 1943년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입니다. 수많은 빌보드 히트 싱글들과 멀티 플래티넘 앨범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스코와 발라드, 꽤 폭넓은 장르의 음악들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음악을 관통하고 있는 배리 매닐로식 특유의 감성은 참으로 달콤합니다. 국내에서 그의 음악을 소위 슈가 팝이란 말로 지칭하며 슈가 팝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음악에서 일관되게 들리는 달콤함과 낭만적이면서 우수 어린 노랫말과 멜로디 때문입니다. 특히 이 음반은 배리 매닐로 음악의 격조를 한층 더 끌어올린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멜 톰과 사라 본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더욱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3일 동안의 리허설을 거쳐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모든 곡을 수정 없이 한 테이크로 녹음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라이브의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연주와 스튜디오 녹음의 정교함 이 둘을 함께 보여 준 가장 모범적 팝의 명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전설인 사라 본과 함께 한 '블루(Blue)'는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자 여러분에게 이 10월에 꼭 들려 드리고 싶은 음악입니다. 오늘도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이 곡을 소개하고 음반가게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순간 오늘이 꿈을 꾸는 듯한 10월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앨범은 배리 매닐로가 어느 날 꾼 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래서 일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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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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