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추행 교사는 봐주고, '교과서 집회' 학생은 징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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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의 한 여고가 교사와 학생에게 차별적 조치를 가해 구설에 올랐다. 성추행을 일삼은 교사는 봐주기를 했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 참여 뒤 교내에 메모를 붙인 학생들에게는 엄히 징계를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턱없이 봐주면서 학생은 혹독히 징계한다는 비난 소리가 높다.

먼저 교사의 성추행 사건을 처리한 이 여고의 조치는 절차를 무시한 덮어 주기다. 이 학교 교사 B 씨는 올 3~9월 십 수 명의 여학생에게 민감한 신체 접촉과 심한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으며, 수업시간에 이상한 자세도 취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학교는 "이제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학생들을 무마하며 자의적으로 교사 B 씨의 사표를 수리해 버렸다. 이는 명백히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의 학교 내 교원 성폭력 신고 체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다. 학교가 몰래 B교사의 사표를 처리한 것은 연금 100%를 다 받게 해 주는 '솜방방이' 조치다. 이 교사가 중징계를 받아 파면되면 연금 50%를 삭감당하기 때문에 절차를 어기고 미리 사표 처리를 해 줬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성추행 교사의 잘못은 절차를 무시한 채 처리하면서도 학생들을 인정사정없이 징계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1학년 4명은 최근 시내에서 열린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집회에 참여한 뒤 학교 화장실 15칸 안벽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친구가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였다는 것이다. 이 메모가 학교 기물 파손이란 '과잉 해석'과 학생 선동 명목으로 학생들은 징계위에 회부됐다고 한다.

학교장 허가가 없는 집회 참가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 등이 개정을 권고하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을 얽어맨 징계는 어설픈 조치다. 무엇보다 제자들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교사를 얼렁뚱땅 사표 처리한 학교장이 케케묵은 조항으로 학생들을 엄히 징계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래서야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시교육청은 성추행 교사의 사표 처리를 철저히 따져 바로잡아야 한다. 또 학교장이 '형평 잃은' 학생 징계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시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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