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도 수도권 공화국] <상> 수도권 이익 대변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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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좌지우지'… 불균형 심화 '불보듯'

지난해 12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사례에서 보듯이 국회 내에서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의원 사이에 힘의 균형이 점차 깨지고 있다. 더군다나 20대 국회에서는 수도권 지역구 의석수가 10석이나 늘어나면서 이 같은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을 대표해야 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기형적인 입법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 없이 '규제완화' 지원
신공항 등 지방 사업은 미적

■수도권에 장악당한 입법권

입법 권력이 수도권 의원들에 의해 장악되면서 앞으로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라는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19대 국회 때는 유독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가 엇갈린 법안이 많이 부각됐다. 하지만 의석수에서 밀린 지방이 늘 피해자가 되기 일쑤였다. 수도권 의원들이 원내 다수 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여야를 떠나 '수도권 당(黨)'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 배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무려 13건이나 제출돼 있다. 수도권 규제가 불합리하다며 완화하자는 내용이 다수인데 법안 발의자는 대부분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수도권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으로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차등적 전기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며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 송변전시설주변지역지원법 등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서민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 뒤에는 자신들의 지역구민에게 전기요금 폭탄이 떨어질 경우 엄청난 저항이 생길 것을 우려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결사반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의원 많은 수도권 예산 확보 유리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많아지면서 국비 예산도 서울·인천·경기 중심으로 편중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는 2009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여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정부와 청와대를 압박해 2011년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GTX 예비타당성 용역비 50억 원을 다시 살려내는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은 10년 넘게 입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8년 만에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에 겨우 반영되는 등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 의석수가 절반에 육박함으로써 지방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이나 국비 예산 확보가 수도권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박석호·이대진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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