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메로'(멸종위기 어종) 생태 비밀 풀 열쇠 찾았다
'남극해의 로또'로 불리는 멸종위기 어종 메로(남극이빨고기·사진)의 생태 비밀을 풀 열쇠를 한국인이 찾아내 전 세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로는 성어가 되는데만 17년이 걸릴 만큼 더디게 자라고 수명이 50년에 이른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지, 연중 이동이나 생태 습성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메로는 t당 가격이 최고 2000만 원(200㎏ 1마리가 400만 원가량)에 이를 정도의 값비싼 대형 어종으로,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우리나라에서는 호텔 등에서 주로 소비되는 최고급 생선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양이 점점 줄고 있어 세계 각국이 메로의 생태 습성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들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킹스타호 박남희 국제옵서버
지난해 전자태그 부착 방류
남극서 1년 만에 다시 잡아
이동경로·습성 등 정보 확보
10월 카뮬라회의에서 발표
국립수산과학원은 11일 "우리 원양어선 킹스타호에 승선한 박남희 국제옵서버가 지난해 2월 남극해 인도양수역에서 어획한 메로에 전자표지(Pop-up Tag)를 부착해 방류한 뒤 1년 만인 지난 2월에 다시 회수하게 됐다"면서 "수온과 수심, 이동 경로 등 1년 치 생태 자료를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어 메로 생태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소속인 국제옵서버는 과학조사와 불법 어업 감시 업무를 위해 일정 비율의 원양어선에 함께 승선토록 돼 있다.
지난해 박 옵서버는 국비로 구입한 1000만 원짜리 전자표지 3개를 메로 성어 3마리에 부착해 방류했으며 이 중 한 마리를 방류 지점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서 1년 만에 다시 어획하는 '행운'을 잡았다. 전자표지를 부착한 메로를 다시 잡을 확률도 높지 않은데, 방류한 옵서버가 1년 만에 직접 회수할 확률은 극히 낮다.
수과원은 지난 5월 킹스타호가 입국하는 즉시 이 전자표지를 인계받아 현재 분석 중에 있다. 회수된 전자표지는 1년 동안 15초의 주기로 수온, 빛, 수심 등 메로의 서식처 환경정보를 담고 있어 앞으로 어자원 보호 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는 오는 10월 열리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카뮬라) 어족자원평가 작업반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카뮬라 회원국이면서도 과학적 기여는 하지 않고 자원 채취에만 몰두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더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뮬라에서도 이번 전자표지 분석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극은 지구의 마지막 남은 원시바다로 일컬어지지만 메로를 비롯한 어자원의 고갈이 심각해 자원 보존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과원 이재봉 연구사는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남극의 수온이 높아져 메로가 더 낮은 심해로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표지를 분석해 보니 예상과는 달리 얼음이 녹으면서 남극 수온이 더 낮아져 메로가 더 표층으로 올라왔다"면서 "또 메로가 수평 이동은 거의 하지 않는 반면 수심 1500m에서 수심 100~200m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등 흥미로운 결과들이 많아 메로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