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공포] 병원도 속수무책… 대부분 대피 매뉴얼조차 없어

9월 한 달 새 잇따른 강진이 영남권을 뒤흔들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의 지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본보가 부산지역 주요 대학병원의 지진 매뉴얼 유무와 내진 설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데다가 지진 대응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역 주요 대학병원들은 동아대병원을 제외하고는 자체 지진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강진이 발생한 지난 12일과 19일에 매뉴얼에 따라 대처한 병원은 거의 없었다. 지진 대응을 둘러싸고 환자와 병원 관계자가 갈등을 빚는 촌극도 벌어져, 지진 규모나 상황별로 환자와 보호자의 탈출을 돕는 등 보다 세분된 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신대복음병원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잇달았지만, 의료진들이 당장 계획된 진료를 그만두고 자리를 떠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1988년 내진설계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병원 건물 상당수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도 또 다른 위험요소다. 현재 1600여 명이 입원하고 있는 부산대학병원의 경우 신축건물인 뇌혈관질환센터의 경우에는 규모 7.0 지진을 견딜 수 있지만, 1979년도에 지어진 건물 대다수는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 동아대병원은 최근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던 본관에 대해 내진 보강을 시행 중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등 의료기관 3170곳 중 866곳(27.3%)이 내진설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소영·조소희 기자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