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사이 끝까지 최선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3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8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9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4일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퇴진 일정을 밝혀도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안이 발의된 3일 열린 제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는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박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날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거취 문제를 국회에 떠넘긴 데 대해 국민이 더욱 더 분노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입장 변화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이후 닥칠 후폭풍은 어느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보여 온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우왕좌왕하며 정파적 이해득실만을 따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받들어야 한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국회의원 역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 정한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냉정히 판단해 양심에 따라 탄핵 표결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입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남은 5일간이라도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물론 그 전제는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면서 본인의 목소리로 명확하게 퇴진 시기와 권한 이양을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