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굴, 러 푸틴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통영산 굴이 푸틴 밥상에도 오른다. 국내 최대 굴 산지인 통영 앞바다에서 생산된 굴이 중국 만리장성을 넘어 광활한 대륙 러시아까지 진출한다.
2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생산된 '활 각굴(껍데기가 붙은 생굴)' 2t 이 오는 10일 러시아 수출길에 오른다. 통영산 굴 제품이 러시아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연말까지 매주 2t 규모로 꾸준히 공급될 예정이다.
각굴, 연말까지 매주 2t 수출
냉동굴 100t 훈제로 가공
3월엔 모스크바서 홍보행사
통영 굴을 수입하는 업체는 현지 수산물 유통업체인 '놀드랏'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중견업체로 연 매출이 1500억 원 상당이다. 이 업체는 러시아 내 유명 호텔, 레스토랑, 카페 체인점 등을 운영하는 기업인 '호레카'를 비롯 러시아 전역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통영시 사절단이 러시아 사마라시 '통영시의 날' 행사 개최를 위해 현지를 방문했을 때 이 업체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 이후 통영 수산물에 관심을 보여온 놀드랏 에브게니 카자코바 대표 등 바이어들이 지난해 12월 27일 통영을 방문, 3일 동안 머물며 주요 양식장과 가공공장을 둘러본 후 현장에서 수입 의사를 밝혔다.
통영시 관계자는 "놀드랏은 지난해부터 지역 특산 수산물 7종 5t 가량을 현지로 보내 시장 반응을 점검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 수출입 제의를 한 여러 업체중 신뢰할만 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선별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유럽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 생굴을 날 것으로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그동안 러시아 현지 생산이 전무해 주로 유럽에서 굴이 수입됐다.
통영산 굴이 유럽산 굴보다 우수해 러시아 시장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사전 시장 테스트에서 한국산 굴이 선도나 맛, 품질 면에서 기존 유럽산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통영시의 설명이다.
특히 놀드랏은 한국산 굴 수입을 계기로 식품 가공분야에도 도전한다. 이 업체는 올해 상반기 중 100t 상당의 냉동 굴을 수입해 현지에서 고품질 굴 훈제 통조림을 생산한다.
이와함께 놀드랏은 오는 3월 러시아의 심장부인 모스크바에서 굴을 비롯한 멸치, 바닷장어, 멍게 등 통영 수산물을 알리는 별도 행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통영시는 이를 발판삼아 중국에 버금가는 황금 시장으로 평가받는 러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미지의 시장 개척에 지역 어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기존 수출시장이 정체기인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가 가능한 새로운 시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영 굴수협 관계자는 "러시아 수출은 지역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