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탐방] 34. ㈜이화기술단
지적 탐구 강조하는 토목감리설계 회사
부산 센텀시티 내 토목 감리설계 회사인 ㈜이화기술단에서 이봉재 대표가 그동안 추진해 온 회사 사업과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부산 센텀시티 ㈜이화기술단 출입문에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다는 설득의 3요소인 감성·초월적 이성·논리를 뜻한다. 인문학 학원이라면 몰라도 토목회사 입구에는 낯선 느낌이다.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지적 경영을 강조하는 회사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회사가 18년째 접어들었는데 이 정도 규모라면 크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죠. 차근차근 성과를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IMF 때 다니던 회사 부도
부하 직원 데리고 나와 창업
기술력 승부 연 50억 매출
직원 교육과 인문학 공부 독려
외형보다 지적 경영 강조
1999년 이봉재 대표는 뜻하지 않게 감리설계 회사인 ㈜이화기술단을 설립했다. 회사는 부산·울산·경남의 크고 작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에 참여하며 연 50억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빚을 내서 큰 공사를 따낸 뒤 엄청난 규모로 사세를 확장한 '대박' 사례와 비교하면 '조촐한 성공'이다. 하지만 ㈜이화기술단의 성공 기준은 조금 달랐다. 이 대표는 "직원들 월급을 제때 챙겨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회사에 직원들 월급이 충분히 쌓여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사연이 있었다. 이 대표는 큰 토목회사의 부장으로 재직 중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맞았다. 회사가 부도 나자 몇 명의 직원을 데리고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곳에서는 몇 달을 버티지 못했다. 부하 직원들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담보 삼아 급하게 창업을 했다. 최고경영자(CEO)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이 대표는 "10여 년 동안 제대로 휴가를 가본 적이 없었다. 몇 년 전 가족과 제주도를 갔는데, 그때가 처음 제대로 쉬어본 것 같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무명의 회사이다 보니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기술력을 쌓으면서도 ㈜이화기술단이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했다. 힘든 시기였지만 2003년 이 대표는 해양 건설에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대표가 박사이다 보니 회사에 대한 신뢰감도 함께 올라갔다고 한다.
또 이 대표는 여러 지자체에 자문 역할을 맡으며, 다양한 사업에 대한 기술 검토를 도와주고 있다. 재능기부에 가까운 일이지만, 결국엔 회사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직원 교육과 투자도 강조한다고 한다. 직원 교육은 결국 기술력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게을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감리설계에 대한 전문적인 분야의 재교육은 물론이고 인문학 공부도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서점에 가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회사에서 대신해 구매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토목 일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 그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다채로운 지식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부와 연구를 강조하는 건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뒤 가정 형편상 학업을 접고 기술 부사관으로 군에서 복무했다가 제대 뒤 토목전공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힘들게 공부한 만큼, 공부의 중요성을 더 알게 됐다. 직원 7명 정도로 시작한 회사가 50명으로 직원이 늘고, 2억 원이 안 되던 매출이 20~30배로 뛰어오른 것 역시 지적 탐구를 강조하는 사풍의 결과라는 게 이 대표의 해석이다.
이 대표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입구에 걸어 놓은 것도 직원들의 지적 탐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개념을 알면 상대의 말도 이해하고 또 설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공부하는 직원들이 영업, 기술도 잘할 수 있다. 어차피 혁신은 모두가 다 같이 하는 거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