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중립성·색깔론은 탄핵심판 변론 쟁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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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이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대통령 측 변호인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 운영에 비선조직을 참여하도록 한 적은 없다"는 등 대통령 측 주장은 이제껏 알려진 데서 더 나아간 것은 없었다.

박 대통령 측이 느닷없이 색깔론을 들고 나온 대목은 방청석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변호인들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민주노동당)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한다"며 "촛불민심은 국민 민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를 근거로 전체를 부정하겠다는 억측이다. 탄핵심판의 쟁점을 망각하고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색깔론 공세를 펼치는 것은 수준 낮은 변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박 대통령 측은 뜬금없이 '일제와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신이 헌재도 보호해 복음을 주실 것 기대한다'며 '신의 복음'도 운운했다고 한다.

대통령 측이 검찰과 특검의 정치적 중립을 문제 삼은 대목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최순실 게이트'를 처음 터뜨린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를 이어받은 특검의 윤석열 수사팀장은 모두 노무현 정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며 이들이 제시하는 증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여야 정치적 합의에 의해 설치한 특검도 부정하고, 법 집행이 연줄에 따라 사사롭게 진행된다는 식의 주장은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를 한꺼번에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에 근거해 있다.

쟁점을 엇나간 대통령 측 변론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변호인의 장황한 발언은 "간략하게 하라"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제지를 당했다. 특히 이날 핵심 증인 3명의 잇따른 불출석도 탄핵심판 진행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대통령 측이 조직적으로 불출석시키고 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탄핵심판의 순조롭고 빠른 진행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재 정치 일정의 출구가 될 것임은 확실하다. 이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또 다른 큰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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