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내일은 도서관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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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싸이트플래닝건축사무소 대표

금요일이면 7살 딸아이가 묻는다. "내일은 어디 놀러갈 거야?" 바쁜 주중에는 꼼짝할 수 없는 직장맘이기에 주말이면 아이와 조금이라도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아이에게 주말은 어디론가 가는 날이 되었다.

남구에 살다 보니 주말 단골 코스는 국민체육센터의 수영장과 이기대, 시민공원의 뽀로로도서관과 놀이터, 모래놀이와 해안 산책을 하는 광안리, 대연평화공원과 부산박물관, 해운대도서관과 장산계곡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유익한 것을 뽑으라면 해운대도서관에 놀러가는 일이다.

부산 자연경관, 참 매력적이다
산·공원과 연결된 도서관 많아
해운대도서관-대천공원 '한짝'

도서관 운영방식은 쇄신 필요
부산시도 현재 구상 중이라니
세련된 시민 공간 탄생 기대

어영부영 아침을 먹고 열 시쯤 도서관에 도착하면 1층 어린이도서관으로 간다. 신규 서적도 많고 책 관리 등 본연의 기능도 우수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의 책 읽어 주기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어 청소년들이 어린이들에게 책을 즐겁게 읽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장면 자체로 힐링이 된다. 어릴 때부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일상의 느낌을 공감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고마운 과정이 된다. 그렇게 2시간쯤 책도 고르고 읽다 보면, 슬슬 점심시간이다. 지하 1층이지만 성큰(개방된 외부공간)이 있어 쾌적한 구내식당에서 돈까스나 볶음밥을 간단히 먹고 외부 계단을 올라가면 대천공원으로 가는 산책길과 곧장 연결된다. 올라가는 길에 벚꽃, 제비꽃, 진달래를 만날 수 있고, 5분 정도 걷다 보면 탁 트인 넓은 대천호가 있어서 호수 산책도 가능하다.

대천공원과 연결된, 잘 정비된 체육시설에서도 다양한 기구를 오르내리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장산계곡의 숲속을 따라 걸으며 시냇물에 돌을 던지는 퐁당퐁당 놀이도 너무 즐겁다. 그렇게 두어 시간 잘 놀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책을 보다가 오후 네다섯 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집 밖을 나서면 책과 자연, 걷기, 생각하기, 도움받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부산이 참 좋다.

부산은 어디에 살든 10분 안에 산, 강, 바다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장소에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체육시설, 문화시설, 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최근에 많이 들어섰다. 매력적인 자연경관에 공공시설들이 기막히게 들어서면서 주말마다 여행하는 기분이다. 부산에 사는 큰 매력 중 하나다. 요즘은 이렇게 공공도서관과 주변의 공원이 함께 있어 일상이 충만해지는 공간이 많다.

도시와 산과 강, 바다의 거리가 가까운 것은 부산의 매력 중 하나다. 2000년 이후로 강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경관이 주목받게 돼 부산 해안선은 갈맷길로 이어졌다. 이제는 부산의 산을 다시 보자. 특히 민주공원과 충혼탑, 광복기념관, 중앙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도심 속의 구봉산 일대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구봉산의 매력은 동구도서관이 있는 증산의 매력 그대로다. "증산에 관광객들과 함께 올라서서 팔을 어깨높이만큼 들고 360도 돌려보면 부산의 과거(주거지의 사람들의 삶), 현재(물류항구)와, 미래(북항재개발구역과 문현금융단지)가 함께 보여서 너무 매력적입니다." 여행특공대 손반장의 말이다. 이런 전망과 함께 도서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 도서관이 매력적인 스카이라운지를 누리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멋진 내부공간을 가진 책 문화공간이 되면 어떨까? 좀 더 적극적인 운영방식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일상을 바꾼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지만, 운영방식이 특별한 일본의 다케오 도서관을 소개하고 싶다. 5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다케오 시의 시립도서관을 민간에게 운영권을 주어서 대형서점과 같은 운영방식을 도입하였고, 스타벅스를 함께 넣어 수익금으로 도서관의 운영 비용을 충당한다. 시민들은 민간공간 못지않은 세련된 공간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도서관 뒤쪽에 있는 규슈올레와 연계되면서 다양한 이용 계층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평생학습이 요구되는 세상에서 도시의 강력한 소프트인프라는 공공도서관이다. 정보, 지식, 교육, 문화, 레저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도시재생의 거점공간이자 시민생활의 중심이다. 부산시에서도 공공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주변 경관과 연계해서 제대로 바꾸어 주기를 기대한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놀고 산에서 산책하고 자연이 만들어준 스카이라운지에서 부산을 내려다보는 사치를 누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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