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재촉에도 정부·국회 지방분권 시늉만
내년 헌법 개정을 앞두고 지방분권 기대가 분출하고 있으나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주문했지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낮은 단계의 지방분권에만 급급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28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국가 초석 마련'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앙권한 지방 이양 △지방재정 확충 △지방의 자기결정권 확대 △주민 주도의 풀뿌리 자치 등 원론적 수준의 분권 방안을 보고하는데 그쳤다.
행안부, 초보단계 분권 급급
국회도 자치입법권 등 시큰둥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위해선 지방의 자치입법권이 보장되고, 더 나아가 사법권까지 주어져야 하는데 이날 행안부의 보고는 과거 정부에서도 거론됐던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여전히 중앙집권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개헌특위도 실질적인 지방분권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헌특위가 29일 부산시·울산시·경남도와 공동으로 개최한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에서도 지방분권 분야 참석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개헌특위는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의 핵심적인 요소에 대해서 '죄형법정주의나 조세법률주의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두 권한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어 국회가 자신들의 입법권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 등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개헌특위 산하 자문위원회가 최근 지방분권 분야 합의안(본보 23일 자 1·4면 보도)을 마련했음에도 이날 토론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아 개헌특위가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