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강하류 인공습지' 제안] 경남 '우정수' 사실상 수용… '먹는물' 물꼬 트이나?
입력 : 2017-12-13 23:04:48 수정 : 2017-12-14 15:05:56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인근에 조성된 대규모 인공습지를 활용한 '워터넷 정수장'. 라인강 물을 끌어와 인공수로에 천천히 흘리는 방식으로 매일 25만t의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있다. 김좌관 교수 제공부산시가 '남강하류 인공습지'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6년 전 김두관 지사 제안한
'우정수'도 인공습지 건설안
당시 부산 반대 등으로 표류
부산이 유사안 제안한 만큼
경남도 찬성할 가능성 높아
물 귀한 유럽서 발달한 방식
국내에도 조성 사례 다수
■대답없는 메아리, 이번엔…
무려 27년.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이 진전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린 건 두 지역의 극명한 견해차 때문이었다. 광역상수도 사업은 1991년 페놀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암 물질이 낙동강물에 흘러들면서 하루 동안 취수가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낙동강 표류수를 상수원으로 쓰는 부산과 동부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대체 상수원 확보 논의가 불붙었다
국가 차원의 사업이었지만 국토부가 부산과 경남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표류를 거듭했다. 부산시가 원하는 남강댐물과 강변여과수는 경남도와 도민들의 반대로, 경남도가 제안한 우정수는 부산시와 시민들의 반대로 중단되거나 무산됐다. 특히 2011년 3월 당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제안한 일명 '우정수'는 네덜란드와 독일 등 해외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남도는 남강 하류와 낙동강변 일대에 인공습지를 만들어 하루 107만t의 물을 부산과 울산 등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2013년 경남발전연구원 예비조사를 통해 계획을 더 구체화해 300만㎡ 인공습지에서 하루 65만t의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업비는 7000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경남도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사업으로 채택해줄 것을 국토부에 건의했지만 결과는 '불가'였다. 부산시 등 수요자의 반대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유해물질도 걸러내는 습지당시 경남발전연구원의 '친환경 대체취수원 개발을 위한 예비조사 용역'을 보면 '인공습지' 방식은 가장 중요한 수질 문제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연구진은 김해시 창암취수장 인근 농지에 인공습지와 인공함양(인공적으로 땅 속에 지하수를 침투시키는 방식)지를 설치해 하루 100t 정도의 물을 걸러 수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공습지와 인공함양지 모두 BOD와 총대장균을 비롯해 망간과 철 등 유해물질이 대부분 걸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습지와 인공함양지 방식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인공습지 6일, 함양지 3일) BOD 78%, 철 92%, 망간 100%, 총대장균은 95%의 개선율을 보였다. 낙동강 표류수보다 철과 망간이 외려 높게 검출되는 강변여과수에 비해 인공습지를 통한 정화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다만 총질소와 총인, 다이옥산 등의 개선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기간이 4~5개월로 짧았던 데다 겨울철인 탓에 수생식물 식생이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됐다. 우정수를 입안하고 당시 연구에도 참여한 부산가톨릭대 김좌관(환경공학) 교수는 "습지 식생이 뿌리내려 자연정화 기능이 안정화하려면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시엔 충분히 실험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활성탄이나 숯 등 충전재를 이용해 전처리를 하면 유해물질을 더욱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세차장 오수 정화까지인공습지를 통한 정화는 물이 귀한 유럽 등지에서 발달한 방식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의 '워터넷 정수장'이 대표적이다. 나무와 갈대로 구성된 모래사구와 인공수로 40여 개에 라인강 물을 60~100일 동안 체류시킨다. 이렇게 오염물질을 걸러낸 물을 매일 25만t씩 정수장으로 보낸다. 독일의 헹젠 정수장, 프랑스 베르누이에 정수장을 비롯해, 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본에서도 인공습지와 인공함양지 방식을 식수와 하수 정화에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천 정화와 호수로 흘러드는 빗물을 정화하기 위해 인공습지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2010년 팔당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안천 하류에 인공습지가 들어섰고, 광주시 상수원인 동복호에 유입되는 하천(동복천, 길성천, 이서천, 내북천) 주변으로도 인공습지를 만들어 상수원 보호에 활용하고 있다.
하수처리용 인공습지는 더 일반적이다. 해외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세차장 오수정화용이나 슬러지 처리용, 비점오염 저감용으로 작은 인공습지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남해 장항마을을 시작으로 밀양 인산마을, 부안 노적마을 등 현재 전국 곳곳에 인공습지를 활용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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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인근에 조성된 대규모 인공습지를 활용한 `워터넷 정수장`. 라인강 물을 끌어와 인공수로에 천천히 흘리는 방식으로 매일 25만t의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있다. 김좌관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