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부터 보세요" 셀프디스 난무한 '뜻밖의 Q', 엄살일까 진짜일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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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디스'가 난무하는 현장이었다. 최행호PD와 최현석PD는 연신 "쓰디 쓴 비판을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MC를 맡은 이수근은 "이왕이면 2회부터 보시는게 나을수도 있다"라고 시청자들에게 조언(?)했다. 심지어 전현무는 "1회 녹화를 내보내지말고, 이날 현장을 편집해 방송하자"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디스와 수습이 난무하는 현장에 제작진, 출연진, 취재진들의 웃음이 수시로 터졌다. 진행을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는 결국 "입사 12년 만에 이런 제작발표회 현장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3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새 토요 예능 '뜻밖의 Q' 제작발표회 자리였다.

'뜻밖의 Q'는 시청자가 출제한 문제를 연예인 출연자들이 푸는 퀴즈쇼다. 네티즌이 문제를 내면 출연자들이 맞추는 형식이다. 문제를 내고 싶은 시청자는 기존의 홈페이지는 물론 SNS,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최행호PD는 "사실 수준 이하의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시청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SNS 스타나 인기 유튜버들이 문제를 내는 모습이 볼 수 있다. 2회차부터는 거의 모든 문제가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로 꾸며진다"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100% 시청자 출제 문제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C를 맡은 전현무는 "네티즌이 제일 웃긴다. 웃기고 기발한 분들 정말 많다"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리곤 "그 분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영역을 건드린다"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퀴즈쇼임에는 확실하다"라고 강조했다.


▲ '셀프디스'의 무한 반복, "2회부터 보세요"

연출을 맡은 최행호PD와 최현석PD는 "다양한 연령층이 재미 포인트 느낄 수 있도록, 시청자들의 놀이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라며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보신 후 많은 쓰디 쓴 비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MC를 맡은 이수근도 "최근 여행이나 관찰 예능이 유행인데 이와 다르게 시청자들이 참여하며 같이 풀다보면 잔잔한 웃음 드리며 즐거운 주말 저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프로그램을 말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설명을 빙자한 디스전이 난무했다. 일단 '뜻밖의 Q'는 '국민예능'이라 불리던 '무한도전'의 후속 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오후 6시 25분은 어떤 예능이 편성되도, 어느 PD가 연출해도 부담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전현무는 이를 '독이 든 성배'로 표현했다. 그는 "첫 회 녹화하니까 온 몸에 독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삽시간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퍼지더라"라며 몸서리를 쳤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제작진이 스스로를 더 디스하더라. 더 잃을 게 없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렇게 되다보니 2회에 해독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를 들은 이수근은 전현무에게 "전 그때 독이 든 지도 모르고 마셨다"면서 "그땐 괜찮았는데 지금 들으니 이제 독이 퍼지는 느낌"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리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첫 회에 그다지 힘주지 않았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볼 수 있다"면서 "그래도 1회보단 2회를 먼저 보시는게 나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뜻밖의 Q'는 MC 전현무 이수근과 함께 'Q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은지원 유세윤 등이 게스트들과 함께 문제를 푼다. 첫 회에는 노사연 설운도 강타 써니 송민호 서은광 솔라 다현 세정 등 12명이나 출연한다.

너무 많은 숫자에 어수선하지 않을지를 염려하는 질문에 이수근과 전현무는 "저희 녹화 현장에 계셨냐"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수근은 "그날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라면서 "저녁에 PD들과 소주에 감자탕 먹으며 걱정을 말했더니 '편집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이 말에 전현무는 "게스트들이 맞춘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틀렸다고 아쉬워하지도 않더라. 리액션이 없다"라며 "첫 우승 선물로 한우세트를 준비했는데, 핏물이 떨어지더라"고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그리곤 "사실 제가 스페셜 MC에서 고정이 되자 네티즌들이 '간 보고 덥석 문거 아니냐'고 하는데 반대다"라며 "녹화자마자 발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못 뺐다"고 셀프디스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행호PD도 "첫 회 게스트들이 전부 가수다. 거기서 연출 미스가 나더라"라고 디스를 거든 후 "2회차부터는 다른 분야의 분들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현석PD는 "이런 왁자지껄함에도 장점이 있다. 그걸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2회때부터는 확실히 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 "중박은 확신…2049타겟 시청률이 가장 욕심 나"

'뜻밖의 Q'는 '무한도전'을 좋아했던, 그리고 돌아오길 바라는 시청자에겐 곱게 보이기 힘들다. '자징 무도빠'인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이를 잘 알고 인정하고 있었다. '식스맨' 특집에 지원하기도 했던 전현무는 "우리가 1초에 한 번씩 웃겨드려도 무도팬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고 털어놨다.

다만 "대신 우린 색깔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도 야외로 나갔으면 '무한도전' 아류로 보였을 것"이라며 "그래서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콘텐츠들을 접목하는데 집중했다. 대박은 몰라도 중박은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제작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프로그램이 장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파일럿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뜻밖의 Q'는 당장 한 주 한 주가 불안하다. 전현무도 이를 인정하며 "당연히 반응이 안 좋으면 편성이 옮겨지거나 폐지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제작진을 향해 "일요일 오전도 괜찮은 시간대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행호PD는 먼저 "저도 '무한도전'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안겼다. 농담을 던진 후 그는 "저흰 매주 전력을 쏟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못한다"며 "당장 다음주, 다다음주 어떻게 시청자들께 다가갈 수 있을까만 고민하다"고 털어놨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박명수다. 그는 공공연히 '뜻밖의 Q'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명수 활용'에 대한 질문에 최행호PD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획자로서 프로그램 초반엔 방향 설정을 해야하는데  박명수 출연은 나중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작가진은 빨리 모시고 싶어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전현무가 거들었다. 그는 "'무한도전' 끝나자마자 후속 예능에 출연하는 건 명수 형님으로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형님이 음악을 정말 좋아하니까 차후 예능인이 아닌 음악인으로 출연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재석 형님은 안 오실 것"이라고 덧붙여 미소를 자아냈다.

결국 성패는 시청률에 달렸다. 기대 시청률을 묻자 최행호PD는 머뭇하더니 "이런 이야기는 좀 그렇지만, 큰 격차 나지 않은 3등이면 좋겠다"고 말해 모두를 놀래켰다. 그는 "그 이후부터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시청자들의 힘으로 커가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자 전현무가 수습에 나섰다. 프로그램 특성상 젊은 층의 시청자들이 주로 출연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를 들어 "가구당 시청률보단 타겟 시청률이 욕심난다"며 "20-49 시청률이 가구 시청률보다 높게 나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날 현장은 제작진의 '셀프디스'와 출연진의 '수습하기'가 반복됐다. 그 농도가 진하지는 않고 농담 섞인 분위기라 확실히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과연 이들의 셀프디스는 엄살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적어도 이날 자리한 최행호PD, 채현석PD, 전현무, 이수근은 "2회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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