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대 '여학생 전용' 새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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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관' 이용할 자유, 남학생은 없나요?

올 2학기 개강에 맞춰 '여성 전용'으로 문을 연 부산대 신축 기숙사 자유관 전경.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기숙사는 최신 복지시설과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춘 데다 다른 대학생활원보다 접근성도 좋아,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 제공

"산 중턱에 있는 캠퍼스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새 기숙사를 여학생들만 이용하는 건 남학생에 대한 차별입니다."

올 2학기부터 문을 연 부산대의 신축 기숙사를 둘러싸고 학내에서 1년 가까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가 신축생활관에 '여학생들만 수용할 예정'임을 공지하면서 남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이 발단이다. 대학 측은 새 기숙사를 예정대로 여성 기숙사로 개원하되, 장기적으로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준공 부산대 '자유관'
접근성 좋고 수용 인원 넉넉
여성 전용 확정에 학내 논란

대학 "성폭행 사건 등 고려
향후 역차별 막을 대책 강구"

17일 오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부산캠퍼스에서는 신축 기숙사 '자유관' 준공식이 열렸다. 이 기숙사는 2016년까지 30년간 여성 전용(588명 수용)으로 사용되다가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재건축해 올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여학생을 대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지하 2층, 지상 11층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수용인원도 1380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자유관이 단지 새 기숙사라서 이 학교 남학생들의 '질투심'을 유발한 건 아니다. 부산대는 9월 현재 장전동 부산캠퍼스 내에 효원재·진리관·웅비관·자유관 등 모두 4개관 8개 동의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이 중 자유관은 유난히 경사가 가파른 부산대 캠퍼스 내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데다 신축 기숙사로 새로 개원하면서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

자유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숙사들은 모두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교내 셔틀버스도 지나지 않아, 기숙사 역차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신축 자유관이 여성 전용 기숙사로 확정되면서 2009년부터 남녀 공용 기숙사로 사용되던 또 다른 BTL 기숙사인 웅비관은 '남성 전용 기숙사'로 바뀌었다.

자유관 준공이 가시화된 지난해 말부터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선 "웅비관처럼 자유관도 남녀 공용으로 쓰게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기숙사 갈등으로 올 초부터 이 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생활원 관계자들이 모여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공론화 과정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학생 최 모(25) 씨는 "위치나 시설, 수용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새 기숙사를 학내 의견 수렴 과정도 하나 없이 '여성 전용'으로 못 박아 개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신축 대학생활관을 남녀 공용 기숙사로 전환하거나 현 남녀 전용 기숙사(웅비·자유관)의 위치를 정기적으로 바꾸는 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대 대학생활원 관계자는 "2013년 자유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여학생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BTL 기숙사여서 올해 2학기로 예정된 개원 일정과 시설 계획을 갑작스레 변경하기에 무리가 따랐다"면서 "향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역차별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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