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아버지 부재 쫓는 치밀함과 감정 앞선 딸 모습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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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종, 조갑상, 김경연, 정영선.

본심에 오른 10편 중 '하늘 날다', '핸드북씨', '국경', '흰 콩떡'이 완성도가 높았다. '하늘 날다'는 화분을 고층아파트 아래로 던지고 친구를 괴롭히는 어린이의 폭력성이 잔인한 게임에 빠져 지내는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핸드북씨'는 고용이 불안정한 오늘날 직장인들의 고단함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좌천을 당하는 과정과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그렸다.

'국경'은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루는 밀입국을 위한 차량이동 장면이 매우 긴박하고 압축적이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언제 이야기냐 라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독자로 하여금 오직 주어진 상황에 빠져들어 어떤 의미를 찾도록 서사전략을 펼친다.

'흰 콩떡'은 힘들게 돈을 벌어오면서도 가족으로부터 점점 소외되어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인 아버지는 어느 날 폭발해서 집에 들어오지 않고 딸이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데 뜻밖에도 집 근처 모텔에서 농성중이다. 주전부리를 펼쳐놓고 텔레비전 예능프로에 웃음을 날리면서 스마트폰 바둑을 두는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훨씬 단단하게 현실을 마주하는 이 시대 가장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도구를 제대로 배치하면서 아버지의 부재를 쫓는 치밀함과 감정이 앞서는 딸의 모습은 작품의 장단점이기도 한데 숙고 끝에 당선작으로 정했다. 모든 분들의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김성종·조갑상·김경연·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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