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문화예술 정책포럼] 베푸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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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부산 영도구에 있는 문화 공간 '끄티'에서 장애 예술인 쇼케이스가 열렸다. 2016년 창단한 발달장애인 앙상블 '더날개 앙상블'이 공연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에 장애를 가진 문화예술인은 얼마나 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19일 부산문화재단(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부산 장애문화예술 정책포럼이 열렸다. 부산 지역 최초의 장애 문화예술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기도 했다. 포럼에는 예상보다 많은 90여 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지역 장애 예술인 300여 명 활동
"다양성 인정·인식의 변화 필요"


실태조사를 맡은 강영심 부산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장애 문화예술인은 300여 명 정도로 나타났다"면서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한 발표와 교육 기회, 지원인력, 창작공간, 공연 편의시설 등 모든 면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활동분야는 음악이 95명으로 가장 많은 29.4%를 차지했다. 공예 56명(17.3%), 사진 38명(11.8%) 순이었다. 강 교수는 "예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혜적 관계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한 파트너십을 지향해야 한다"며 "부산시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센터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백령 교수는 "장애를 결핍이나 분리, 폐쇄가 아닌 또 다른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영화 '오아시스'에서 지체장애인 역할을 했던 배우 문소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문 씨가 휠체어에 앉았을 때 다른 사람과 눈높이가 달라 느꼈던 고립감을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생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오은택 의원은 부산시의 턱없이 적은 예산 지원을 지적했다. 오 의원은 "부산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생긴 이후 15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밴드 '터닝포인트' 리더 김태훈 씨는 "장애인·비장애인 관계없이 동등한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며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사진작가가 있다면 '새로운 시도'나 '불편한 시선'이 아니라 '다른 시선' 혹은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거다.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장애인이 공연하면 친인척이나 지인 외에는 관객이 없다. 학생 자원봉사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연주를 들으면 자원봉사 점수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영도에 있는 '끄티'에서는 장애 예술인 쇼케이스와 네트워크 파티가 열렸다. 바다를 배경으로 장애 예술인들의 오보에, 클라리넷, 대금 등 연주가 이어졌다. 구필 작가의 회화와 더불어 판화, 사진, 쥬얼리 등 다재다능한 장애 예술인의 전시도 함께했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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