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차리는 법] ‘원칙 지키면서 간소하게’ 조상 섬기는 마음은 그대로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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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차리기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상 차림 원칙은 거의 비슷하다. 원칙은 지키되 간소하게 차려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설이 되길 기대한다. 예드림 제공 차례상 차리기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상 차림 원칙은 거의 비슷하다. 원칙은 지키되 간소하게 차려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설이 되길 기대한다. 예드림 제공

설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날이다. 설빔을 얻어 입고,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두둑한 용돈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설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오랜만에 가족을 본다는 즐거움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찾는 길도 고난(?)이고, 제사 음식을 만드는 일도 고역(?)이다.

신위가 있는 쪽은 북쪽, 제주는 남쪽

탕은 건더기만 건져 수북하게 담아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탕국엔 소고기·두부·해산물 넣어야

5종류 나물에 소고기 산적 등 준비

최근엔 오징어 대신 새우튀김 많이 해

생선은 조기·돔·민어 3가지 구성

그래서 요즘엔 제사 음식을 간소하게 하거나 대폭 줄여 일반 가정식처럼 하는 집도 있다. “제사 음식만 줄여도 설이 즐거울 텐데”라는 마음이 쌓이며 추세가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차례상을 안 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설 차례를 고수하는 어른과 친척이 있다.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려면 차례상을 제대로 차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줄일 수 있다.

상 차리는 법

차례상을 차리는 법은 지방마다 달라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차례상을 차리는 원칙은 거의 동일하다.

차례상은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으로 본다. 제주(제사의 주장이 되는 상제)가 있는 쪽이 남쪽이고, 제주가 바라볼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되는 것이다.

차례상은 보통 5열로 차린다. 병풍에서 가까운 쪽을 1열로, 멀어질수록 차례대로 2열, 3열로 본다.

1열에는 반서갱동(飯西羹東). 상을 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은 서쪽, 동쪽에는 국을 놓고 시접(수저 그릇)은 가운데에 둔다.

2열에는 차례상의 주요리인 구이와 전이 차려진다. 차리는 순서는 어동육서(魚東肉西). 어류는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

3열에는 부요리 격인 탕이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육탕(육류), 소탕(두부, 채소류탕), 어탕(어류탕)을 만드는데 건더기만 건져 수북하게 담아야 한다.

4열에는 나물, 김치, 포 등 밑반찬류가 배열된다. 좌포우혜(左脯右醯). 북어와 대구, 오징어포는 서쪽, 식혜는 동쪽에 둔다. 나물은 생동숙서(生東熟西). 동쪽에 김치, 서쪽에는 익힌 나물을 놓는다.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이 올라간다. 이때 과일은 양(陽)의 수인 홀수로 올려야 한다. 조율이시(棗栗梨枾)와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켜 서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 강정 순으로 차린다. 사과와 같이 붉은 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음식 준비 방법

차례상에 차리는 음식도 각 지방의 특색에 따라 다양하다. 그렇지만 역시 준비해야 하는 기본은 비슷하다.

먼저 탕국은 3합이라고 해서 소고기 두부 해산물을 넣는다. 나물류는 보통 5종류로 파란나물 무나물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을 준비한다.

소고기 산적은 핏물을 빼고 간장과 물엿을 넣어 푹 졸인다.

동태전과 육완전(동그랑땡)은 밀가루를 묻힌 뒤 계란물에 적셔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오색꼬치는 손이 많이 가지만,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통 햄 소고기 잔파 맛살을 꼬지에 끼워 계란물에 적셔 잘 지져낸다.

부추전도 경상도에는 빠지지않고 준비하는 음식이다. 부추를 잘게 썬 뒤 해물을 섞어 밀가루로 반죽해서 잘 구워내면 된다. 부추전 대신 배추전을 상에 올리는 지역도 있다.

튀김은 보통 오징어 쥐포 고구마를 많이 했지만, 최근엔 오징어 대신 새우로도 많이 한다. 끝으로 생선은 보통 조기 돔 민어 등 3가지를 팬에 타지않게 구워낸다.

간소한 상 차림

최근에는 탕, 구이, 전, 나물, 과일 등 종류별로 두서너 개만 준비해서 차례상을 차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또 상 차림 음식은 최소화하고 갈비나 불고기 등 가족이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아예 식사를 밖에서 하는 집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설날 아침부터 문을 열고 특수를 노리는 음식점이 있을 정도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릴 수도 있다. 기존 5열에서 3열로 줄여 상 차림을 자체를 줄이고 음식도 대폭 간소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1열에 국수 떡국 술잔을 놓는다. 2열에는 요리격인 생선(조기) 동태전 육완전 오색꼬치 소고기전 부추전 삼색나물을 놓는다. 3열에는 탕국 사과 배 곶감 포 정도를 놓는 것이 대체적이다. 여기에서 1열에 국수, 2열에 오색꼬치 소고기전 삼색나물 등을 빼기도 한다.

제사음식 준비를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부산에만 제사음식 대행업체가 10여 곳 있다. 이들 업체들은 여러 형태의 상차림을 준비하고 있고, 특정 음식만 배달하기도 한다.

차례상 전문업체 예드림의 배보은 대표는 “제사는 살아있는 사람이 예를 다해 복을 받기 위한 의식이다. 차례상을 차리면서 가족끼리 불화가 생긴다면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다양하고 건강한 차림상을 준비하고 있는 전문업체의 음식을 이용하는 것도 부담을 줄이는 지혜”라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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