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일 소설가 ‘하이, 빌’ 발간] 인간애 품어낸 ‘30년 문학 생활의 고백록’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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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헌일은 소설집 에서 현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간애를 강조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소설가 김헌일은 소설집 에서 현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간애를 강조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오랜 세월 묵혀두었던 글을 끄집어내어 책으로 펴냈습니다. 작가로서 글을 많이 못 쓴데 대해 늘 반성하고 있어요. 앞으로 글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김헌일 소설가는 세번 째 소설집 <하이, 빌>(사진·전망)을 ‘30년 문학 생활의 고백록’으로 명명했다. 소설집은 표제작 ‘하이, 빌’ 등 단편 8편과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중편 ‘그 길고 허망한’ 등 총 9개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30여 년간 쓴 중·단편 9편

‘5·18’‘IMF’ 등 소재 다채

전쟁·재난 등 위기 상황 속

인간성 회복과 사랑 다뤄

이번 소설집에는 그가 1980년대부터 쓴 작품부터 근작까지 30여 년간 써온 작품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80년 5·18의 후일담으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이념적 대결과 화해를 모색한 ‘아들의 십자가’는 1980년대에 쓴 단편. ‘폭우’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단편.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배경으로 한 ‘마지막 하이킹’은 2000년대 쓴 작품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잔악한 이기심을 다뤘다. ‘하이, 빌’은 경주 지진 이후인 2017년에 쓴 근작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베트남전 참전군인,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군인, 정리해고를 당한 가장, 가족사의 상처로 방황하고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 아무런 희망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젊은이 등이다. 우리 현대사의 증명사진을 연상시키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비극적 상황이나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음울한 이유다.

“자연계는 태풍, 지진, 홍수, 대형산불,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인간계도 거칠고 삭막합니다. 재난이 발생하고 위기에 처한 시대적 상황과 인간의 모순을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간성 회복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소설집에 수록된 9편 소설에 일관되게 흐르는 테마는 ‘인간애’다. ‘깍두기 담는 남자’의 주인공 윤호는 정리해고를 당한 뒤 자살을 하려 한다. 하지만 그때 평소 연모했던 건너편 아파트 여인의 집 유리창이 열리며 하얀 빛살이 쏟아져 나온다. 순간 윤호는 극단적인 선택을 멈춘다. 막연하지만 따스한 인간애가 참담한 절망으로부터 한 인간을 구한 것이다.

‘그 길고 허망한’의 주인공은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 생사를 오가는 전장에서 애인의 변심 소식을 들은 그는 작전 도중 대열을 벗어난다. 이런 주인공을 지켜보던 전우 상민은 그를 뒤쫓다 지뢰를 밟고 사망한다. 주인공을 구한 상민은 전우애와 인간애의 표상이다. 베트남 전쟁을 직접 경험한 작가는 “전쟁이란 너무나도 어이없는 착각과 허망한 계략이 빚어낸 악몽이고 쓸모없는 비극적인 참상”이라고 했다.

김헌일은 오래 전 읽었던 영국 작가 켄 폴릿의 장편소설 <바늘구멍>을 언급했다. 2차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패가 달린 일급 기밀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스파이 스릴러다. 독일스파이가 영국 북부 조그만 섬의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죽임을 당해 2차 세계대전의 역사가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작은 사랑처럼 사소한 것이 우리를 구원하고 인류 역사를 바꾼다”고 말하는 작가. 그의 소설에 나타나는 일관된 주제의식이 사랑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헌일은 단편 ‘어머니의 성’으로 1986년 부산MBC 신인문예상과 1997년 중편 ‘회색강’으로 제2회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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