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없는 세상, 그리 힘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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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철도 사상역에 몰카 촬영을 경고하는 래핑 홍보물이 설치돼있다. 주기적으로 대형 몰카 사건이 터지면서 일명 몰카포비아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뉴스를 보던 여자가 “남자는 왜 그러냐”며 기겁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수 정준영의 몰카 영상 파문 때문이었다. 이어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넌 그런 적 없지”라며 의심 섞인 질문을 던진다. 여자친구로부터 잠재적 도촬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며 후배가 하소연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여자의 반응이 충분히 납득된다. 워터파크 탈의실 몰카나 유명 연예인 몰카 같은 대형 사건이 주기적으로 터지고, 지하철이나 화장실 등에서의 도촬 범죄는 너무 흔하다. 게다가 몰카 범죄의 15%는 아는 사람이 저지른다고 하니, 이 시대의 남성은 “넌 그런 적 없지”라는 질문 정도는 감내해야 할 처지다.

넥타이핀·단추도 둔갑 가능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어
가정 내 CCTV 해킹 등 적발
집 안도 ‘몰카 청정구역’ 못 돼

환풍기·화재경보기 등 경계
사진 찍어 확대해 확인 가능
실핀·셀로판지 휴대 괜찮아

알아야 막는다

‘몰카 포비아’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막연한 공포만으론 몰카의 렌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몰카가 어디서 어떻게 찍히는지를 알아야, 몰카를 피할 길이 보인다.

몰카 도구는 크게 스마트폰과 전문 기기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은 언제든지 몰카 도구가 될 수 있다. 앱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을 적절히 조작하면, ‘찰칵’ 소리 없이도 카메라가 돌아갈 수 있다. 아예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몰카 전문 기기는 너무 종류가 많아 나열하는 게 무의미하다. 안경·시계·넥타이핀·단추·벨트·라이터·휴대용 저장매체(USB)·물병·스마트키·명함지갑 등 웬만한 주변의 사물이 몰카로 둔갑할 수 있다. 대부분 몇만 원 혹은 몇십만 원을 주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크기도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들 기기의 공통점은 어쨌든 렌즈 구멍이 있다는 거다. 다만 초소형 렌즈는 지름이 0.1㎝ 수준이다 보니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안 된다. 배터리가 혹은 전원케이블, 영상을 저장할 메모리카드 등도 공통점이다. 고급형은 와이파이로 녹화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그럼 어디에서 찍히는가? 화장실, 모텔이나 호텔 방, 탈의실 등은 첫 번째 경계구역이다. 화장실 내 청소도구, 화재경보기, 문고리, 벽 안 등에 초소형 렌즈가 감춰진 경우가 많다. 한국스파이존 이원업 이사는 “패널로 만들어진 조립식 화장실은 패널 사이에 몰카를 숨길 수 있는 틈이 충분하다”며 “조립식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모텔이나 호텔 방에 놓여있는 각종 전자기기나 물품 등은 잠재적인 몰카 촬영 도구들이다. 물론 동행한 연인이 스마트폰이나 몰카 기기로 상대를 찍는 유형이 가장 많다. 사람이 붐비는 길거리나 지하철 등은 공간도 여성의 특정 신체를 찍는 고전적인 몰카 범행지다.

집 밖이 위험하다면, 집 안은 안전한가. 2017년엔 친구의 집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2년에 걸쳐 친구의 아내를 도촬한 3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엔 가정 내 인터넷 CCTV인 일명 ‘IP 카메라’ 시스템을 해킹해 남의 집을 엿보던 이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킹된 카메라는 47만여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원룸촌에서 이웃집을 몰래 촬영하거나, 헤어진 애인의 집안에 몰카를 설치하는 경우도 흔하다. 불행히도 집 안도 몰카 청정구역은 아니다.


몰카 예방은 어떻게

법과 제도가 몰카에 더 엄격해질 때까지, 나의 프라이버시는 내가 지켜야 한다.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거리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나를 향하고 있는지 더 민감해져야 한다. 스마트폰이 꺼져 있어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가방을 들고 계단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에 지나치게 접근해 걷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화장실이나 숙박시설 등에 미리 설치된 몰카를 찾아내기는 만만치 않다. 수십만 원 상당의 몰카 탐지기도 판매되지만, 일일이 탐지기를 들고 다니며 구석구석을 살펴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일단 불필요한 도구나 물병 같은 것이 있는지를 살펴본 뒤 치우는 게 좋다. 환풍기 주변과 벽이나 화재경보기 등의 구멍은 경계하면서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팁 몇 개를 제시한다. 구멍이 작아 식별이 어려우면, 스마트폰으로 구멍을 찍은 뒤 확대해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다. 클립이나 실핀을 지갑 등에 챙겨두고 다니다, 작은 구멍에 찔러 넣어 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혹시나 있을 몰카 렌즈를 밀어 넣거나 깨뜨리기 위한 조처다.

모텔이나 호텔 방에 미리 설치된 몰카 기기는 렌즈가 반짝인다는 걸 이용해 찾는 방법이 있다. 최근 추천되는 방법은 스마트폰을 간이 몰카탐지기로 변형시키는 거다. 빨간 셀로판지로 스마트폰 플래시와 카메라 렌즈를 덮고, 플래시를 켜고 스마트폰 액정으로 방안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특히 침대를 향한 도구나 기기 등을 유심히 봐야 한다. 이때 몰카의 렌즈가 플래시 불빛을 쬐면 반짝이는 게 보인다. 서연시큐리티 손해영 팀장은 “적색은 카메라 렌즈에 가장 잘 반사된다”며 “셀로판지를 손톱 크기로 잘라 코팅해 핸드폰 케이스 안에 넣어둔 뒤 필요할 때 쓰는 것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집안 내 CCTV도 몰카 도구가 될 수 있으니, CCTV 프로그램의 펌웨어를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해킹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카메라의 전원을 끄거나 렌즈를 덮어두는 방법이다.

많은 여성이 방심하는 게 지인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온라인상 불법촬영 피해 지원 사례의 60% 이상이 배우자, 연인 등 지인이다. 만일 연인 사이라도 상대가 스마트폰 등을 침대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놓아둔다면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여성이 스마트폰을 치우라고 한다고 남성이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은밀한 공간에선 카메라를 만지지 않는 게 예의이고, 사랑하는 이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게 연인의 의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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