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없는 조현병 환자들… 정신재활시설 수 부산·울산·경남 ‘전국 꼴찌’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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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정신재활시설’ 수가 부산·울산·경남 모두 전국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조현병 환자가 재활시설에 등록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정신병원 등 의료기관에 입원한 조현병 환자는 총 3024명(2017년 12월 말 기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퇴원 후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는 서비스 시설인 정신재활시설은 현재 부산 전역에 13곳뿐이다. 시설 한 곳당 223명의 환자를 맡아야 하는 셈이다. 시설마다 평균 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 수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경남, 시설 1곳당 1164명 수용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다

부산, 환자 7%만 재활프로그램

구·군 정신건강센터 인력도 부족

울산이나 경남지역도 ‘정신재활시설 한 곳당 조현병 환자 수’가 전국 꼴찌 수준이다. 특히 경남은 한 시설당 맡아야 할 조현병 환자 수가 1164명으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많다. 사실상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환자를 시설이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에 비해 서울은 1808명의 환자를 118개소의 정신재활시설이 담당하고 있다. 시설 한 곳당 환자 인원 수용 인원은 15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질 높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설 부족 외에도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정신재활시설 등록, 재활프로그램 참여 등 복지로 연계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부산지역 정신재활시설에서 진행하는 재활프로그램 이용자 수는 224명이다. 부산에 등록된 조현병 환자의 7%만 이용하는 것이다. 정부 기관인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여자를 포함해도 524명으로 전체 환자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부산의 한 정신재활시설 관계자는 “일부 구군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 교육인 ‘희망노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재활시설로는 연계되진 않고 있다”면서 “한 기초단체는 최근 3년간 지역사회 내에서 발굴한 정신장애인 사례를 재활시설로 연계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시설에 편입되지 않고 퇴원한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꼴로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겉핥기식 관리에 그친다.

구·군에서 관리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또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센터 직원 1명이 맡은 사례관리 대상자는 40~50명에 달한다. 단순 상담 치료뿐 아니라 건강 증진 프로그램 운영과 자살 예방 업무도 맡아야 한다. 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4년 4154건에서 지난해 5473건으로 급증했지만 인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승훈·이상배 기자 sangbae@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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