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좋아 일하고 싶지만 절반은 일자리 부족해 떠날 생각
[부산청년 미래보고서] 1부-① 부산청년 1000인이 말한다
양질의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가 보장되는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을 꿈꾼다. 9일 부산 동서대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이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을 염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청년들은 ‘콧대’가 높다?” “부산을 떠나고 싶어한다?”
‘2019 부산시 청년 인식조사’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부산 청년’의 생각을 담아냈다. 그들은 고연봉, 정년보장 등 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지기보다 적절한 복지가 보장된 ‘부산 일자리’를 원했다. 또 일자리, 주거비 부담 등이 해소된다면, 오히려 수도권보다 부산 정착을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희망 직장 질문에 25.4% 중소기업 응답
희망 연봉 3000만~4000만 원 35.5%
건실한 지역 중기-청년 취업 매칭 필요
가족·친구 있는 부산 근무 원하지만
14.8% 질 좋은 수도권 일자리 원해
일자리 부족·이직 준비 등 탈부산 이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선호”
부산 청년은 ‘희망 직장’으로 중소기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응답자가 25.4%로 공공기관(26.9%)에 이어 희망 직장 2위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에 이어 △공무원(19.6%) △대기업(16.0%) △창업·개업(10.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이나 은퇴·무직자 등 미취업자보다 기존 취업자가 중소기업을 더 선호했다. 기존 블루칼라 종사자의 29.9%가 중소기업을 희망 직장으로 선택했으며, 이는 공공기관(20.8%), 공무원(12.1%), 대기업(25.4%)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화이트칼라 종사자의 응답률도 27.4%로 전체 평균을 웃도는 등 기존 취업자들이 중소기업 근무에 만족하거나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과 은퇴·무직자도 각각 중소기업 선호 응답자가 20.2%, 23.3%로 대기업보다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희망 직업 1위는 ‘공무원’(26.8%)이 차지했다. 2위는 공공기관(25.2%)이 차지해 고연봉보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부산 청년 절반이 희망 연봉으로 4000만 원 미만을 선택했다. 3000만~4000만 원 미만이 35.5%를 기록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이어 △3000만 원 미만(19.4%) △4000만~5000만 원 미만(18.1%) 등의 순이다. 6000만 원 이상 고연봉 희망자는 14.1%에 불과했다.
부산에 거주하기 위한 적정 연봉을 묻는 질문에 대한 결과도 비슷했다. 3000만~4000만 원 미만 연봉을 받아야 부산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34.4%로 가장 높았다. 특히 나이별로는 25~29세, 성별로는 여성, 직업별로는 학생이 평균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연봉 3000만~4000만 원 수준의 지역 중소기업과 청년 취업을 연계해 주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인 조사 결과와 다르게 기혼자들은 희망 연봉과 부산 거주를 위한 적정 연봉으로 ‘6000만 원 이상’을 1순위로 꼽았다. 각각 30.2%, 27.6%를 기록해 결혼 이후 주거비, 출산비 등에 대한 지출비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출세보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
부산 청년 10명 중 8명(77.8%)이 부산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부산이 좋아서’(지역문화 및 생활환경)부산 근무를 희망했고, 가족과 친구가 있는 익숙한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청년은 절반 이상이 지역문화 및 생활환경(58.5%)을 그 이유로 꼽았으며, 이어 인간관계(25%), 주거비·물가(12.2%), 자연환경(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을 떠나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은 14.8%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탈부산’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와 견줘 보면, 대다수 청년이 익숙한 생활 환경이 있는 부산에서 일자리, 주택 등 터를 잡기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청년 10명 중 7명은 부산 내에서 희망하길 원하지만 수도권(14.8%)을 희망 근무 지역으로 선택한 청년도 적잖았다. 수도권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도시·문화시설이 37.8%로 가장 높았다. 부산이 수도권에 비해 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30~34세(56.2%)가 다른 연령에 비해 응답률이 높았다. 연봉(20.5%), 발전 가능성(15.6%), 직종 다양성(15.3%), 기업 복지(6.1%), 이직 가능성(3.4%) 등 수도권의 일자리 질을 선호하는 비율도 적잖았다.
■탈부산 이유는 “부족한 일자리”
최근 10년간 부산에 거주하는 15~39세 인구는 2008년 134만 1151명에서 2018년 106만 5107명으로 20%가 넘게 급감했다. 청년들은 왜 이토록 ‘탈부산’하는 것일까.
부산 외에 다른 시·도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부산 청년은 37.4%다.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이주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부산 내 ‘일자리 부족’(45.8%)을 꼽았다. ‘탈부산’하려는 청년 절반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날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구직 환경에 놓인 학생이나 은퇴·무직자가 느끼는 ‘일자리 부족’에 대한 체감은 더 컸다. 탈부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은퇴·무직자의 53.3%, 학생 48.5%가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탈부산 이유로 이직 준비(15.1%)를 꼽은 비율도 적지 않다. 이는 부산에서 이미 직장을 구한 청년들도 현재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부산 내 다른 기업 중에서도 이직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탈부산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취업자 중에서는 화이트칼라 종사자가 21%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으며, 은퇴·무직자도 21.7%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와 함께 기혼자의 경우 이직 준비를 선택한 비율이 26%로 미혼자(12%)의 2배가 넘었다. 배우자와 떨어져 살고 있거나, 출산 등으로 인한 빠듯한 삶을 사는 청년들이 다수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훈·이상배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