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동화 심사평] 서사구조 잘 갖췄고 문학이 주는 감동 확보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인다운 패기를 장착한 작품, 변화하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문학의 역할, 참신하고 새로운 눈길 등은 신춘문예 응모작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평이하고 매끄러운, 흔히들 말하는 신춘문예용 작품이거나 문학의 기본기가 갖추어지지 못한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게 동시와 동화 모두 공통된 현상이었다.

동시에서는 낯익은 소재이지만 주제를 형상화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나는 칸 씨 입니다’ 외 5편과 ‘텃밭 갈기’ 외 2편이 최종심에 올랐고, 동화에서는 ‘영식이와 나’ ‘태오네 벌집’ 두 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먼저 ‘나는 칸 씨 입니다’는 응모작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제 형상화에 성공했으나 익숙한 소재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다뤄 신인다운 실험정신을 엿볼 수 없어 아쉬웠다. ‘텃밭 갈기’ 외 2편은 텃밭과 공부시간을 연결한 착상이 돋보였으나 다른 두 작품이 평이한 시선에 머물러 작가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역부족이었다.

단 한 편이라도 선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으면 동시를 낙점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아쉽게도 그런 작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하는 수 없이 동화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졌다. 먼저 ‘태오네 벌집’은 잘 쓴 글이지만 벌집과 태오네 형편을 연결 짓는 고리가 문학적으로 형상화 되지 못하고 억지스러워 먼저 제외되었다. ‘영식이와 나’는 서사구조를 잘 갖췄고 문학이 주는 감동도 일정부분 확보했다는 점에서 낙점을 하게 되었다. 매끄럽게 잘 쓴, 오랜 공부의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좀 더 과감하게 기존의 질서체제에 펜 끝을 겨누는 작품을 요구하며 필자의 역량에 희망을 걸어 본다. 심사위원 박선미·한정기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