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언박싱] “매년 마을축제, 국밥 나눠 먹어요”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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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3> 산리협동조합


부산 중구 영주동에는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든 특별한 마을기업이 있다. 이름부터 영주동의 옛 지명인 ‘산리(山里)’ 협동조합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조합원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이다.


조합은 수익보다 주민들과의 상생을 중시한다. 산복도로 유일의 마을회관에 카페와 직거래장터, 도서관, 강의실까지 마련했다. 일자리와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매년 조합 설립을 기념하는 마을 잔치를 열어 주민들과 국밥이나 비빔밥을 나눠 먹기도 한다.


조합의 설립 계기도 ‘마을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2011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당시 “자꾸 사람이 빠져나가니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보자”며 일부 주민들이 마을회관 건립을 추진했다. 건물이 완공된 2013년, 회관 운영비라도 벌기 위해 44명의 주민이 뭉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원이 주요 소비자…이윤보다 나눔이 우선

현재 9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산리협동조합은 1억 원 상당의 연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조합원 숫자에 비해 수익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기료 등 운영비를 내기에는 충분하다. 매출 대부분은 조합원인 지역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중규(78)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다. 소득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명하복 구조가 아니다 보니 의사 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김 대표이사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썼다. 마을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기에 급여를 받지 않고도 일할 수 있었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천일염 판매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을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입소문을 탔다. 천일염은 중구 자매결연 도시인 전남 영광에서 직거래한 상품을 조합원들에게 할인가로 판매한다. 농산품도 농가와 직거래하거나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것이다. 전국 택배와 인근 지역 배달도 가능하다.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감이 결국 매출로 이어졌다. 천일염과 쌀, 꿀, 참기름 등 다양한 품목이 주민들에게 인기다. 주요 소비자가 결국 조합원인 주민들이다 보니 이윤을 위해 가격을 높이 책정하기도 힘든 구조다.


직거래 장터 운영은 농가에도 도움을 준다. 박혜은 본부장은 “직거래는 수송비가 많이 들어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싸다”면서 “그러나 농가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직거래가 좋다. 우리 역시 유통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시중 판매가와 비슷하거나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만들어 보자는 게 가장 큰 목표”

조합 건물에는 직거래 장터 뿐 아니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 강의실, 카페, 작은 도서관 등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마을지기 사무소에서는 수리에 필요한 각종 공구를 대여할 수도 있다. 지역 수공예 작가들의 작품도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조합의 ‘상생’ 전략은 일자리 창출에서 정점을 찍는다. 박혜은 본부장은 “협동조합은 상호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마을기업이기 때문에 마을에 사회적 환원을 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목적은 마을 특화 사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의 염원은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각종 지원을 받으며 이뤄질 수 있었다. 마을지기 사무소 등 조합 시설 관리자부터 직거래 장터 매장 근무자, 조합 사무직, 작은 도서관 사서, 청년 인턴, 카페 바리스타 등 조합 덕분에 다양한 일자리가 생겼다. 위탁 운영 중인 인근의 ‘디오라마 전망대’에도 카페를 열어 일자리를 만들었다. 경력 단절 여성이나 장애가 있는 조합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매년 잔치 열어 음식 제공…“돈 버는 건 매력 없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매년 열리는 설립 기념행사에서도 드러난다. 김중규 대표이사는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1년 동안 고생해서 기념행사 때 국밥과 비빔밥을 나눌 수 있을 때”를 꼽았다.


박 본부장은 “매년 마을축제를 열어서 잔치를 한다. 국밥 500인분을 준비하고 떡도 나눠 먹는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공동체 의식이 형성됐다. 김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모두 지역에 오래 사셔서 지역 행사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이러한 노력들은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전국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한 데 이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장(2016), 부산시 선정 우수 사회적경제기업(2019) 등 여러 수상이 잇따랐다.


그러나 김 대표이사는 수상 이력에 대해 “자랑할 일이 아니라 별로 노출을 안 시킨다. 자랑하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홍보보다는 우리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축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익이 원칙이 아니다. 수익을 받아서 주민들에게 나누길 원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은 매력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전 조합원들이 협심해서 단합된 모습으로 계속 지금처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 역시 “개인은 약하지만 공동체의 힘은 크다. 그런 큰 힘을 빌어서 산복도로 주민들이 삶의 즐거움도 느끼길 바란다”며 “산리협동조합이 삶터, 쉼터, 일터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일자리로 희망을 주고 싶다”며 “청년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정말 없다. 내가 뭔가 할 수 있고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을 조합에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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