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고 요트 직접 운항해 수입하다 적발된 수입업자 ‘무죄’…해경 수사 무리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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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받으면 뭐 합니까? 이미 직업을 잃었는데.”

임시항해검사도 받지 않은 외국산 중고 요트를 직접 몰고 국내에 들여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입업자들이 2년여의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1, 2심에서 무죄를 판결을 받았다. 애초 이를 위법행위라며 단속한 해양경찰의 법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었는데(부산일보 2018년 4월 16일 자 11면 보도 등), 결국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정현)는 최근 선박안전법 위반 및 선박직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중고선박 수입판매업자 A(58) 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선박안전법위반에 대해선 무죄, 선박직원법 위반은 유죄로 판단했었다.

통영해경이 2018년 불법운항 혐의로 적발한 일본산 중고 요트. 부산일보 DB 통영해경이 2018년 불법운항 혐의로 적발한 일본산 중고 요트. 부산일보 DB

사건이 발단은 2018년으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영해양경찰서는 중고 요트를 수입하면서 임시항해검사를 받지 않고 운항한 혐의로 A 씨 등 6명을 적발했다. 해경은 이들이 2016년부터 총 61회에 걸쳐 이 같은 방식으로 일본산 중고 요트를 수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통영항까지 약 150해리(280km)에 이르는 국제 해역을 주로 야간에 통과했는데, 일부 선박은 야간 항해 시 필수 장비인 레이더나 GPS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선박안전법은 외국으로부터 선박을 수입하는 경우 임시항해검사 등 선박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 검사를 받지 못한 중고 선박들은 화물선에 적재 시켜 들여온다. 이에 따른 경비를 줄이려 직접 운항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었다.

반면 A 씨 등은 그동안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수입 형태라고 항변했다. 지난 20년간 2000여 척의 요트나 보트를 자력으로 항해해 수입했는데, 선박매매계약서와 권리이전 관계 서류, 선박 등록증, 검사증 등을 일본 현지 한국영사관에 제출해 임시국적증서를 발급받았고 이를 토대로 일본 세관의 통관절차와 출항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세관은 해당 선박을 국내선에서 외항선으로 변경하고 요트의 자격을 부여했다. 게다가 한국 입항 전엔 한국 세관에 입항 사실을 통보하고 정식 통관절차까지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선박의 국적이 바뀌는 순간부터 해당 국가의 법률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해경 수사 결과를 토대로 A 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전까지 관할 관청에서 일본에서 교부한 증서의 효력을 문제 삼은 바 없고, 일본에서 구매한 요트에 대해 관련법 따라 선박검사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절차도 없어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원심의 법리 해석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해경의 단속부터 적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누구보다 법적 모순을 잘 알고 있는 게 해경이다. 그런데도 ‘법이 그렇게 돼 있어 어쩔 수 없다’며 단속에만 열을 올렸다”며 “다행히 무죄를 받았지만, 이미 상당수 종사자는 업을 포기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누가 책임질 거냐”고 반문했다.

논쟁의 불씨도 남았다. 앞선 1, 2심 재판부 모두 선박직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요트, 보트 등 수상레저기구라도 수입통관을 거쳐 한국에서 등록하기 전에는 일반 선박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수입항해를 할 땐 선박직원법에 따라 항해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요트를 수입할 때 5t 이상은 소형선박 면허, 12인승 이상이면 6급 항해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

A 씨 등은 “레저활동에 사용될 요트인 만큼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레저기구 면허’로도 운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 씨 등은 항소심 재판부의 선박직원법 위반 유죄 선고에 대해 대법원의 결정을 받겠다며 상고장을 제출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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