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제이케이크래프트
술지게미로 다양한 제품 “바이오 기업이라 불러 주세요”
“막걸리가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술이라고요? 저는 그 편견을 뒤엎고 싶었습니다.”
제이케이크래프트 조태영 대표는 고급 막걸리를 생산해 막걸리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제이케이크래프트는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미션인 회사로 ‘동래아들’과 ‘기다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막걸리와 청주를 생산 중이다. 양조장은 생산하는 막걸리 브랜드처럼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경기장의 함성이 언제라도 들릴 듯한 동래구 사직동에 떡하니 있다. 한 마디로 도심 양조장이다. 사직동에 무슨 양조장이냐고 했더니 막걸리가 품질 나쁜 술이라는 편견과 동시에 도심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 수 없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싶었단다.
‘완전 발효’ 고급 막걸리에 도전
깊고 다양한 맛에 숙취도 없어
지역 특산 술 관광상품화 계획
면역력 효과 발효 미생물 활용
유산균 젤리 등 20여 개 제품화
“좋은 상품 만드는 양조장 목표”
■막걸리 유통기한이 무려 60일
조 대표의 경력은 화려하고 다양하다. 일본 소믈리에협회 공인 소믈리에, 세계사케협회 공인 키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 건국대 생물공학과 양조학 석사, 신라대학교 바이오과학부 제약공학과 박사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경력들의 공통점은 ‘발효’다. 전국에서도 발효에 관한 실무와 이론은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각종 교육과 강연에 섭외 1순위다.
발효에 푹 빠져있던 조 대표에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막걸리에 대한 편견이었다. 2016년 제이케이크래프트를 창업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조 대표는 “막걸리라고 하면 대부분 일하다 힘들 때 먹는 농주거나 소위 아저씨의 술 이미지가 강했다”며 “20~30대가 찾을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내산 쌀과 누룩을 사용해 프리미엄 막걸리 만들기에 도전했다. 조 대표의 핵심은 막걸리 브랜드명처럼 ‘기다림’이었다. 조 대표는 “100일간 술을 제대로 발효시키면 훨씬 더 깊은 맛이 난다”고 말했다.
제대로 발효를 시키면 막걸리의 유통기한도 길어진다. 일반 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은 겨우 10일 정도지만 완전 발효시킨 막걸리 기다림은 무려 60일이나 된다. 다만 빠르게 만들지 못하다 보니 경제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조 대표는 과실향, 꽃향과 더불어 달콤함과 산미가 도는 깊은 맛을 내는 기다림, 동래아들 막걸리의 팬이 되면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자신한다.
완전 발효가 된 술이다 보니 제이케이크래프트의 막걸리에는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조 대표는 “막걸리를 싫어하시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숙취인데 기다림과 동래아들은 제대로 발효를 해 숙취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조 대표는 지역에서 제대로 만든 술이 관광상품으로 가치가 높다고 보고 부산 ‘동네’를 대표하는 술도 준비 중이다. 조 대표는 “감천동, 아미동 등 관광객들이 찾지만 이를 대표할 수 있는 특산품이 없다고 들었다”며 “지역의 역사성과 스토리를 분석해 그에 맞는 술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막걸리가 부산물?
사명에 ‘크래프트’가 들어가 있듯 제이케이크래프트는 술을 만드는 것이 메인 사업인 회사다. 하지만 조 대표는 단순히 막걸리만 생산하는 기업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막걸리 발효 미생물이다.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폐기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이케이크래프트는 이를 통해 비누, 샴푸, 세안제 등 20여 개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조 대표는 “맥주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미생물이 면역력 증진, 피부 노화 예방, 탈모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나”며 “막걸리에서 발생하는 발효 미생물도 피부와 면역력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도 제이케이크래프트의 문을 두드릴 정도다.
피부뿐만 아니다. 주당들 사이에서 ‘막걸리를 먹으면 다음 날 화장실에서 볼 일을 잘 본다’는 말이 있듯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많다. 조 대표는 이를 활용해 천연 유산균 젤리도 만들었다. 이쯤 되면 막걸리 회사인지 뭐하는 회사인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조 대표는 사실 그게 목표라고 했다.
조 대표는 “일본 사케 양조장과 독일 맥주 양조장에서는 효모를 이용한 제품이 주 생산품인 사케와 맥주보다 더 인기가 많은 경우가 많다”며 “제대로 발효된 막걸리와 좋은 발효 미생물이 있다면 막걸리 양조장도 사케와 맥주 양조장처럼 좋은 상품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