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보이스피싱범 ‘김민수 검사’의 실체는 40대 백수였다 (영상)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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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A 씨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한 발신번호 중계기를 압수해 공개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이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A 씨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한 발신번호 중계기를 압수해 공개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검사를 사칭해 취준생을 죽음으로 내몬 악질 보이스피싱범이 결국 경찰의 손에 덜미가 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사기와 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40대 콜센터 직원 A 씨 등 5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2015년 8월 중국에 중국 쑤저우 등 8개 지역에 6개의 콜센터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후 이들은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중계기를 설치한 후 2020년 12월까지 5년간 보이스피싱 범죄행각을 벌여 100억 원 상당을 빼돌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주로 검찰을 사칭해 피해자가 마치 대형 사건에 공범으로 연루된 것처럼 몰아간 뒤 돈을 뜯어내는 게 주된 수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김민수 검사’로 불리는 A 씨에게 속아 20대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취준생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글은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평소 봉사활동을 해오며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피해자는 ‘통화가 끊어지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겠다’는 A 씨의 말에 속아 7시간 넘게 통화를 하다 전화가 수 차례 끊어졌고, 이후 돈까지 뜯기자 압박감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은 앞서 지난해 11월 대규모 보이스피싱 단속에 나서 이들 조직원을 1차로 검거했다. 이 조직 핵심 간부인 조직폭력배 B 씨를 포함해 중국 현지로 나가 기업형 범죄를 한 혐의로 조직폭력배와 일당 93명을 일망타진한 것. 그러나 이들 가운데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콜센터 직원 A 씨는 없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붙잡은 조직원으로부터 중국 현지의 유흥주점 회식 사진을 확보했고, 이 사진에서 A 씨의 얼굴을 찾아냈다. 1년 넘게 이 사진 한 장으로 1만 명 가까운 중국행 항공기 탑승객 사진과 대조해 결국 A 씨를 특정했지만 여전히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그러다 A 씨가 돌연 귀국하면서 수사가 급물사를 탔다. 중국에 있던 A 씨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범행을 그만 두고 몰래 한국으로 돌아온 것. 경찰은 국내에 숨어있던 A 씨의 덜미를 잡는데 성공했다.

붙잡힌 ‘김민수 검사’의 실체는 40대 무직자였다. 백수 생활을 하던 A 씨는 ‘급전을 만질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2019년 4월 중국으로 넘어가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 ‘김민수 검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도 가장 말단인 콜센터 직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경찰로부터 가짜 김민수 검사의 검거 소식을 들은 피해자 부친은 ‘평생 한이 맺힐뻔 했는데 한을 풀어준 경찰에게 감사한다. 공판과정에도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타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강력범죄수사대는 “조직원끼리 서로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중국 내에서도 콜센터 사무실을 주기적으로 옮겨 다니는 등 점조직 형태로 꾸려진 탓에 A 씨를 검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검사와 수사관을 사칭한 전화를 받은 시민은 대응하지 말고 곧장 이를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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