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원도심 폐건물 영화 촬영지론 ‘보물단지’
부산 사상구 대호피앤씨 부산공장 폐건물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모습.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의 영상물 촬영 붐과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흉물로 방치되던 원도심 폐건물이 촬영지로 부활하고 있다.
27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부산에 영상을 촬영하겠다고 신청한 작품 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늘어 49편에 달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도 올해 10월까지 촬영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코로나로 외부서 찍는 데 한계
부산영화스튜디오 예약 차면서
외부인 차단되는 폐건물 선호
2월 못 쓰게 된 사상구 공장에선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도 촬영
부산 영도구 옛 부산해사고등학교 건물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모습.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에 촬영 붐이 다시금 일면서 원도심 폐건물은 촬영 장소 역할을 톡톡이 해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평균 70~80명이 모여 촬영을 진행하면 행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어 촬영팀들이 외부 시선이 차단되는 곳에서의 촬영을 선호한다. 그러나 실내 스튜디오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촬영팀이 스튜디오를 선점하지 못했을 때는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되는 폐건물은 촬영 장소로 적격인 셈이다.
이에 부산영상위는 촬영을 진행할만한 폐건물을 찾아 사진을 찍어둔 뒤 촬영팀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영상위는 폐건물로 지난해 폐교한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교, 2017년 운영을 멈춘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남구 우암동의 부산외국어대학교 옛 캠퍼스 등을 파악하고 있다.
부산영상위는 부산 곳곳의 폐건물을 영상 작품 촬영 장소로 활용해왔다. 대표적으로는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옛 부산해사고등학교 건물이 있다. 이곳은 현재 해양경찰 특공대 훈련 시설 공사가 진행돼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영화 <인랑>, <더킹>, <아수라>, <곤지암>, <덕혜옹주> 등 촬영이 이루어진 ‘폐건물 영화 촬영 성지’다. 금정구 침례병원도 영화 <우아한 세계>, <힘을 내요 미스터리>, 드라마 <증인> 등의 촬영지로 쓰였다.
올해 부산영상위에 넷플릭스 등 OTT 작품 촬영 신청도 8건이나 들어오면서 부산 폐건물은 넷플릭스 화면 속에도 등장했다. 사상구에 위치한 대호피엔씨 부산공장 폐건물은 지난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의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그러나 폐건물은 개발예정지인 경우가 많고, 관리 주체가 건물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 촬영이 종종 무산되기도 한다. 부산영상위는 지난 15일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옛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건물을 방문해 최근 한 영화팀에 이곳을 소개했다. 그러나 관리 주체인 부산대병원 측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건물이라 붕괴 위험이 있고, 해양 의료 관련 산업이나 직원 교육 장소로 쓰려고 내부 검토 중이다”고 고사해 촬영은 무산됐다.
도심 속 골칫거리였던 폐건물은 부산의 영화 촬영 붐과 코로나가 겹쳐진 특수한 상황에 ‘영화 도시 부산’을 뒷받침하는 쓸모로 활약하고 있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폐건물에 대한 촬영팀의 수요는 늘 있는 편이라 폐건물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상 현장을 확인하고 아카이빙 해둔다”면서 “촬영팀이 요구하는 컨셉과 부합하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이루어지면 활용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남구 부산외국어대학교 옛 캠퍼스에서는 영화 , 촬영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영화 촬영 현장.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