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야생동물이 왜 카페에 있는 건가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야생동물 직접 만질 수 있는 동물 카페
2010년대부터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
동물원법 적용도 안되는 법 사각지대
환경부 미등록 동물원 전시 금지키로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부산의 한 야생동물 카페에 있는 미어캣. 손님들이 들어오면 다가와 옷 속을 뒤적입니다. 서유리 기자 yool@ 부산의 한 야생동물 카페에 있는 미어캣. 손님들이 들어오면 다가와 옷 속을 뒤적입니다. 서유리 기자 yool@

포동포동한 몸집에 처진 눈매.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사람에게 애교도 부리는 동물 라쿤. 호기심은 많은데 경계심도 강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미어캣. 과거엔 모두 TV나 책,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던 동물이었죠.

하지만 일부 카페에서는 돈만 주면 희귀한 야생동물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강아지·고양이 카페가 점점 인기를 끌자, 2010년대엔 더 희귀한 동물을 볼 수 있는 야생동물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선 동물 카페들은 생겨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 전시동물 편 마지막 주제는 ‘야생동물 카페’입니다.

부산에도 야생동물 카페가 있습니다. 이 카페는 고양이뿐 아니라 라쿤과 미어캣, 사향고양이, 사슴을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취재를 위해 찾은 이곳, 입장하자마자 동물의 분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평일 오후였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는데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부터 젊은 성인 남녀들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방문했습니다. 손님들은 눈앞에서 보는 야생동물들이 신기한지, 쉴 새 없이 동물들을 만졌습니다. 한 남성은 구석에서 잠든 라쿤 한 마리를 흔들어 깨운 뒤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손님으로 온 한 남성이 구석에서 잠든 라쿤을 흔들자 잠에서 깬 라쿤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 손님으로 온 한 남성이 구석에서 잠든 라쿤을 흔들자 잠에서 깬 라쿤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

멀지 않은 곳엔 앵무새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이곳 역시 평일 오후 시간대지만 테이블 가득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이곳은 입장료를 내면 앵무새를 테이블 위로 가져다줍니다. 직원이 앵무새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손님들의 손길이 서툰지 자꾸만 날아가는 앵무새들. 물거나 쪼지 않도록 훈련이 돼 있다지만, 가끔 손을 물기도 했습니다.

이런 야생동물 카페는 전국에 몇 곳이나 될까요?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에 47곳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현황은 파악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보유동물이 10종 50개체 미만일 경우 동물원수족관법에서 정하는 환경부 관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반려동물 6종 이외의 동물은 동물보호법 ‘동물전시업’ 의무 등록 대상도 아닙니다. 동물원에도 해당하지 않다 보니 동물원수족관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죠.

동물 카페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동물들은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밝은 조명에 노출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만지기도 하죠.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야생동물은 이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합니다. 또 대부분의 야생동물 카페는 여러 종을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서식 환경이 다른 동물을 함께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왈라비의 먹이 통에 숨어있는 미어캣의 모습입니다. 어웨어 제공 왈라비의 먹이 통에 숨어있는 미어캣의 모습입니다. 어웨어 제공

야생동물 카페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람과 동물이 공통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건데요. 라쿤이나 사막여우, 미어캣, 야생 조류들은 야생에서는 인간과 직접 접촉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선 이런 동물들을 만지고, 안고, 먹이를 주죠. 이 과정에서 할큄, 물림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이때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은 감염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카페가 문을 닫은 후, 동물의 거처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동물체험카페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는데요. 동물원은 폐업할 경우 동물을 어디로 보내는지 등을 지자체에 알려야 하지만, 동물원이 아닌 개인 소유의 동물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들은 카페에서 야생동물을 만지고 애완용으로 전시하는 것이 야생동물을 소유하려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습니다. 실제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인터넷 업체에서는 라쿤이나 미어캣 등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야생동물이 탈출하거나 유기될 때는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야생동물구조센터엔 106마리의 외래종 동물이 입소했는데요. 이중 라쿤은 4마리가 포함돼있었습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개‧고양이 이외의 동물이 유기된 건수는 2008년 405건이던 것이 2017년 1218건으로 늘어났는데요. 사람들이 점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야생동물 카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동물카페를 찾은 손님들 사이에 둘러싸인 라쿤. 어웨어 제공 동물카페를 찾은 손님들 사이에 둘러싸인 라쿤. 어웨어 제공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야생동물 카페와 같은 미등록 야생동물 전시시설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공중보건과 안전을 위해 동물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할 계획입니다. 환경부는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해 올해 중 실태조사도 하기로 했습니다. 또 카페 등에 전시된 동물 중 멸종위기(CITES종)을 확인하고 입수 경위 등을 점검한다는 방침입니다. 야생동물 카페를 더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유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이에 대비해 외래 야생동물보호소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야생동물 카페가 없어진단 소식에 평소 동물체험카페를 즐겨 찾는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39) 씨는 “아이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종종 카페를 찾는다. 동물들을 만지고 교감하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물 카페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결코 좋은 시설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는 “야생동물 카페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일회성이고 무책임하며 동물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면서 “방문 목적이 야생동물을 만져보고, 키울 수 없는 동물을 구경하고, 먹이를 주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면 이것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과 고통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들의 안부도 전해드립니다. 지난주 부루가 며칠동안 밥을 잘 먹지 않았는데요. 급히 병원에 갔더니, 십이지장에 작은 천공이 생겨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복막염까지 일어난 상황이었는데요. 다행히 늦지 않게 응급 수술을 받아, 현재는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한 생명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다시 뼈저리게 느낍니다. 부루의 수술‧회복기는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