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임박… ‘금리상한 특약 대출 상품’ 러시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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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사진은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께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약 1년 반 동안 낮은 금리로 많은 대출을 받은 가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도 ‘금리상한 특약’ 대출 등 금리 상승기를 대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만큼, 대출자들은 금리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대출 규모 등을 고려해 가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충격 줄일 상품 권고에

연간 상승 폭 0.75%P 억제 등

은행권, 금리 캡 적용 대출 출시

인상률 불투명 속 관심 못 끌어

문의도 없고 소비자 반응 냉랭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5일 일제히 금리상한 특약 대출 상품을 내놨다. 향후 금리 상승 위험과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금리상한 특약 대출은 간단히 말해 평소 약간의 이자를 더 받고,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를 높일 수 없도록 ‘상한(캡)’을 적용해주는 구조다.

이번에 출시된 특약 상품의 경우, 대출 잔여기간이 3년 이상 5년 미만이면 남은 기간 전체에 금리상한이 적용된다. 그 사이 금리가 아무리 뛰더라도 특약 대출자의 금리 상승 폭은 특약을 맺은 시점에 적용받은 기준금리 대비 1.5%포인트(P)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이 상한을 적용받으려면 연 0.15%P의 가산(프리미엄) 금리를 더 내야 한다.

대출 잔여기간이 5년 이상이면 5년까지만 금리상한 특약이 가능하고, 가산 금리는 연 0.2%P 수준이다. 5년간 적용 금리는 특약 시점의 기준금리보다 2.0%P 넘게 오를 수 없다. 두 경우 모두 남은 대출 기간과 상관없이 금리상한 특약 대출의 연간 금리 상승 폭은 최대 0.75%P로 억제된다.

KB국민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KB주택담보대출 2억 원을 변동금리(현재 연 2.5%)로 받고 대출 잔여기간이 3년인 대출자가 특약에 가입한 뒤 금리가 1년 새 특약 가입 시점의 기준금리보다 2%P 뛰었더라도, 적용금리는 4.5%(2.5+2%P)가 아니라 3.4%P가 된다. 2.5%에 가산 금리 0.15%P와 연간 금리 상한폭 0.75%P만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약 가입 전 월 79만 원의 원리금을 납부하던 대출자는 특약 가입 1년 뒤 월 100만 원(금리 4.5% 적용)이 아닌 88만 원(3.4% 적용)만 내면 된다. 연간 약 144만 원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상품이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17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 영업점 창구 등에 이 특약 관련 문의나 상담 요청은 거의 접수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됐고, 홍보가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직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상태이니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 0.25%P, 내년 초 0.25%P씩 모두 0.5%P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기준금리 상승 시점과 상승 폭은 미국 기준금리 동향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2019년 특약보다 조건이 더 좋아진 만큼 앞으로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이 특약을 찾는 대출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9년에는 가입 대상 부부 합산 소득, 보유 주택 수 등의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 특약에서는 가입 자격 제한이 없어졌다. 연간 금리 상승 제한 폭도 1%P에서 0.75%P로 낮아졌다. 특약 대출자가 누릴 금리상한 혜택이 더 커진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보통 0.25%P씩 기준금리를 올리니까, 0.75%P 금리상한 특약의 효과를 보려면 1년에 0.25%씩 세 차례 인상해야 한다”며 “지금은 이 가능성에 의구심이 많은 것 같지만, 앞으로 금리 상승 추세가 뚜렷해지면 특약 가입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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