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날개, 나비를 탐하다
김요아킴(1969~)
딸아, 걱정하지 마. 내가 죽은 뒤 나비를 본다면,
그게 나라고 생각하렴.
- 로미 맥클로스키의 어머니 말 중에서
엄마의 정원은 여전히 넓고 아늑했다
꽃들이 내어준 자리는 이승의 그림자를 떼어내기에 알맞았다
꿈결에서조차 부는 바람이 지독한 통증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순간, 수십 마리의 나비들이 박차고 날갯짓을 하였다
전생의 미련이 남은 엄마는 미처 오른쪽 날개를 끄집어내지 못했다
사흘 만에 다시 생의 갈림길에 선 나비를 붙잡은 건 엄마의 딸이었다
하나하나의 기억을 무늬로 수놓으며 인공의 날개를 조합하였다
간간히 배인 눈물과 웃음기가 잔주름처럼 염색되었다
‘설마’와 ‘혹시’라는 부사 사이의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엄마를 탐한 진정한 봄이 뜰 안으로 찾아왔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는 그리 멀지 않았다
-시집 (2020) 중에서-
2018년 미국 텍사스에 사는 의상 디자이너 로미 맥클로스키는 집 정원에서 애벌레 3마리를 발견했다. 몇 달간 돌보아 모나크 나비 3마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중 한 마리가 선천적으로 날개 한 쪽이 결손 된 채 태어나 날지 못하자 다른 죽은 나비의 날개를 떼어와 붙여주는 섬세한 수술을 직접 하게 된다. 수술을 받은 나비가 성공적 날게 되자 그녀는 2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는 나비를 볼 때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고,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텍사스의 한 할머니가 장자의 호접몽을 읽었을 리도 없지만 인간과 자연의 동화를 깨닫는 것이 누구나에게 가능한 일임을 일깨워주는 일화이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가까이 있음을 깨닫는 시 한 편이 이렇게 탄생된다. 이규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