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타 사업비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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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최근 20년 동안 확정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사업의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돼 예타 평가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지난 4일 공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예타 제도가 시행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231조 839억 원의 예타 사업을 확정했다. 확정된 예타 사업비의 권역별 비중은 서울 6조 2240억, 인천 10조 3709억, 경기 39조 4133억 원 등 수도권이 56조 82억 원 규모로 전체의 24.2%나 차지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광역시·도별 비중은 각각 10% 이하여서 예타 제도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업 평가방식 인구 많은 지역에 유리
지방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해야

부울경 3곳을 합쳐도 20년간 예타를 통과해 확정된 사업비는 수도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조 446억 원(9.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사업비가 확정된 대구·경북조차 24조 9886억 원(10.81%)으로,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밖에 호남 21조 9013억(9.4%), 강원 18조 4547억(7.98%), 대전·충청 18조 4165억(7.9%), 제주 5조 1417억 원(2.22%) 등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방에서 올린 예타 사업비의 반영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예타 사업에 당초 제시됐던 사업비가 총 435조 1833억 원인데, 국토부가 확정한 사업비는 절반가량인 53%에 그친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예타는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고 공공사업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B/C) 평가에 치중하면서 사업비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제적 측면만 중시한 결과, 같은 비용으로 많은 수혜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도권 사업이 높은 점수를 받아서다. 이 때문에 인구가 적은 데다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의 대형 재정 사업은 예타 통과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 곳곳에서 정주 여건 개선과 각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다.

부산의 경우 20년간 국토부 소관 예타 면제 사업이 전무하다. 부산의 미래가 걸린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도 예타 면제가 힘들어 지난 8월 겨우 예타 사업에 선정된 데 만족해야 했다. 수도권에 유리한 예타 제도가 수도권 과밀화를 가속화해 지방소멸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와 재정 규모가 커진 만큼 예타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현실과 지역 특수성을 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예타 사업 탓에 수도권·지방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 안 된다. 지방의 인구 유입, 기업 유치, 경제 회생에 도움을 주는 제도로 변화를 꾀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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