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아파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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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80%가량이 도시, 50.2%가 수도권, 국내 전체 가구의 62.9%는 아파트에 각각 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다. 1970년대부터 취업이나 진학을 위해 도시로, 수도권으로, 아파트로 인구가 몰리기 시작한 집중 현상이 2000년대 들어 심해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주거문화가 공동 주택 건축양식의 하나인 아파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5층 이상 건물을 층마다 여러 집으로 일정하게 구획해 각각 독립된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만든 주거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똑같은 집이 다닥다닥 붙었다는 이유로 ‘벌집’으로 표현한다.

그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건립을 위한 택지 개발 열기가 지속한 가운데 노후한 단독 주택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붐도 일었다. 아파트는 도시민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최적의 거주 공간으로 인식되며 대량 공급돼 수많은 곳에 아파트숲을 이뤘다. 고층화하고 대단지화하는 등 규모가 커지는 추세 속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정도가 심해 주거용이 아닌 무분별한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최근 아파트값이 고공 행진을 펼치는 바람에 대다수 젊은 층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에 좌절을 안겨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오래전부터 아파트가 인기를 끌자 자연스레 등장한 직업이 아파트 경비원이다. 이들은 본업인 경비는 물론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관리, 택배 배달, 입주민 심부름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머슴처럼 보일 정도다. 격무에 박봉이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노년층이 선호하는 자리가 됐다. 문제는 일부 몰지각한 주민의 경비원을 향한 ‘갑질’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 나이 많은 경비원에게 비인격적인 막말을 일삼고 폭행하거나 부당한 일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횡포가 잊을 만하면 터진다.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경비원은 악랄한 입주민의 상습적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이젠 “경비 아저씨, 택배 물품 갖다주세요”, “주차 좀 부탁해요”란 말은 금물이다. 21일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를 개선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서다. 개정안은 경비원에게 시켜도 되는 일과 시킬 수 없는 일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위반하면 경비업체의 허가가 취소되고 입주민 등에겐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냉정한 계약에 따른 갑을관계가 아니라 경비원을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이자 이웃으로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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