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본요금 인상… 택시업계도 기사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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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가 다음 달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택시업계와 택시기사들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업계는 보조금 지원은 못 받으면서 ‘대중교통’이라는 굴레로 또 발목이 잡혔다고, 기사들은 요금이 올라 손님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불만인 것이다.

부산시는 1일 물가대책위원회를 열고 “12월 15일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는 3300원에서 3800원으로, 모범택시와 10인승 이하 대형택시는 5000원에서 6000원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부산시의 이번 요금 인상안에서 택시의 주행요금과 시간요금은 종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 “보조금 지원도 없는데…”
기사 “오히려 손님만 줄어들라”


그러나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에 직면한 택시업계는 야박한 결정이라고 항의한다. 부산시와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7년 76%였던 법인택시 가동률은 올해 60%까지 떨어졌다. 달릴수록 적자여서 운행을 중단한 택시도 2020년 714대에서 지난 9월 2045대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야간 택시 승객이 급감한 탓이다.

유류비와 차량할부비용 등을 산정한 총괄 운송원가에서 실제 운송수입을 뺀 업계의 적자율도 29.38%를 기록 중이다. 차 한 대당 하루 4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택시업계는 이번에 인상된 요금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비해 2년 이상 늦은 결정이어서 그간의 손해를 만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양원석 기획노무부장은 “유류비, 자동차값 등 운송경비가 인상됐지만 그동안 요금에는 반영되지 못한 탓에 사업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다”며 “버스에는 3000억 원가량의 재정지원금이 들어가는 반면 택시의 경우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이번에도 요금 인상에는 대중교통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은 택시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주행요금이나 시간요금 인상 없이 기본요금만 인상하는 바람에 졸지에 손님은 줄고 사납금만 늘 것이라고 우려한다. 30년차 택시기사 이영욱(60) 씨는 “기본요금이 500원 올라봤자 결국 그대로 택시회사에 갈 뿐 기사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황해식(61) 씨도 역시 “요금이 올라 손님들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걱정했다.

지난 4년간 요금이 묶이면서 운송 수입이 줄고 택시기사를 포기한 근로자도 늘었다. 법인택시 업계에서는 2017년 1만 1380명 수준이던 종사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7835명까지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택시업계와 택시기사들은 택시운수업을 특례사업으로 지정하거나, 카드 수수료 지원 등을 강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에 대해 부산시 교통국 관계자는 “타 광역시와 비교해 택시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며 “업계 경영난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별도로 택시업체와 협약을 맺을 것”이라는 답했다. 탁경륜·권상국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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