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기고 돌아와, 친구야…” 고사리손이 모은 227만 원
혈액암 판정을 받은 6살 친구를 위해 어린이집 아이들이 중고장터를 열었다. 집집마다 장난감, 옷, 책 따위를 내놓았고 그렇게 해서 모인 돈이 친구의 병원비로 전달됐다.
부산 북구 덕천동 햇살가득한 어린이집은 지난달 22일 ‘소아암 환우 돕기 아나바다 장터’를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A(6) 군의 암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어린이집 학생과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덕천동 ‘햇살가득한 어린이집’
소아암 투병 6살 친구 돕기
원생들 중고장터 100여 명 참여
교사·이웃 어린이집도 성의 보태
올 9월 혈액암의 일종인 버킷림프종 판정을 받은 A 군은 양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힘든 치료를 이어왔다. 코로나19로 무균실에 입원한 터라 면회는커녕 부모의 간호조차 못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A 군과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치료비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어린이집 김경화(57) 원장과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중고장터다. 고사리손으로 차린 장터가 열리자 학부모들은 흔쾌히 아이의 장난감과 옷, 책을 상품으로 내놓았다. 지난달 22일 열린 중고장터에 참여한 어린이는 100여 명. 모두 작은 손에 엄마와 아빠가 건네준 5000원짜리 기부금 쿠폰을 들고 장터로 나왔다. 그러고는 갖고 싶었던 중고 장난감과 책을 산 뒤 기부금 쿠폰을 내놓은 것이다.
투병 소식에 마음 아파하던 학부모는 물론 인근의 어린이집 원장들까지 성금을 내놓기도 했다. 제자의 암 투병 소식에 어린이집 교사들도 성의를 보탰고, 이렇게 정성을 더해 모인 227만 원이 이달 초 A 군 부모에게 전달됐다.
A 군은 현재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고 다행히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유치원 측은 전한다. A 군은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달된 돈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A 군과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됐다.
김 원장은 “내 아이 같은 A 군의 이야기를 듣고 누구 하나 발 벗고 나서지 않는 학부모가 없었고, 그렇게 모인 기부금을 전달받은 어머니도 감동해서 펑펑 울더라”며 “하루빨리 A 군이 돌아와 다시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어놀기만 기다린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k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