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요소수·유럽 마그네슘 수급 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공급망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세우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도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대형 인프라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를 말한다.

중국 생산·공급량 줄이기 행보
한국·유럽 제조업 피해 현실화
“세계 공급망 중국 지위 알아야”
관영 매체, 자원 무기화 의도도
“세계 곳곳 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
미국, 중 맞선 대체 공급망 추진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즈쉰은 8일 “이번 공급 위기를 통해 유럽·한국·미국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가진 중요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발 공급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요소수 대란이 벌어졌고, 유럽에서는 마그네슘 수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그간 요소수 원료의 약 98%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 또 중국은 전 세계 마그네슘 공급의 85%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발전용 석탄 부족으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이면서, 마그네슘 의존도가 높은 유럽 자동차 부품 제작사의 타격이 클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럽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인도 기일이 최장 1년까지 밀려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구매담당 책임자는 “현재 상황이라면 마그네슘 부족 사태는 반드시 닥칠 것”이라면서 “다만 마그네슘 부족이 반도체 부족보다 더 큰 문제가 될지는 당장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런민즈쉰은 “한국의 요소수 위기도, 유럽의 마그네슘 위기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목 죄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에너지 사용량과 오염물질 배출 절감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서방국가가 집요하게 (중국에 대한)대항을 추구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또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글을 올리는 한 논객은 7일 이번 사태를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한국의 선택을 압박할 카드로 바라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이날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투자 대상 프로젝트는 5~10개로, 첫 투자 대상지는 내년 1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 계획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B3W는 지난 6월 G7 정상회의 때 중·저소득국 인프라 개발 요구에 부응하고자 구상됐다. 이번 투자 발표를 두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려는 중국에 맞서 서방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관계자는 “내년 출범이 가능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내달 G7 정상회의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