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 롯데 야구 응원은 최고의 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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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할아버지’ 캐리 마허 씨

부산 사직야구장 1루 응원석을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푸른 눈의 사나이.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왔지만 한국 야구를 더 사랑하는 사람 ‘롯데 할아버지’ 캐리 마허 씨다.

마허 씨는 2013년부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전 경기를 응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허 씨는 야구장을 찾을 수 없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영산대 교수직을 퇴임하고 롯데 구단 스태프로 취직을 앞두고 있었다.

영산대 교수 퇴임 구단 채용 앞두고
지난 1년 다발성 골수종 항암치료
롯데 우승할 때까지 한국 안 떠날 것

그러나 지난해 1월 건강 검진 결과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마허 씨는 “롯데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암의 한 종류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다”며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1년 동안 받았고 현재도 암세포 탓에 뼈가 약해져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암도 마허 씨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항암 치료가 끝나자마자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올해 5월부터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롯데를 응원하고 야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몸에 가장 좋은 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허 씨는 “암 판정 이후 롯데 구단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롯데 덕분에 건강 검진도 받았고, 이후에도 롯데에서 아낌없이 항암 치료를 지원하고 응원해줬다“며 ”야구를 보면서 많은 친구도 만나고 경기에서 이길 때나 질 때나 야구장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마허 씨의 인연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마허 씨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 마허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국에 꼭 한번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지난 2008년 영산대 교수로 오게 됐고, 운명처럼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마허 씨는 “사직야구장에 처음 왔을 때 록 콘서트장에 온 것 같았다”며 “사직야구장의 분위기는 전 세계 어느 장소와 비교해도 최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며 열성팬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2년. 마허 씨는 암투병으로 힘들었던 지난해를 야구에 비유했다.

그는 “오늘 지더라도 내일 또 다른 야구 경기가 열리는 것처럼 인생도 오늘이 힘들더라도 내일은 더 즐거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며 “열정과 헌신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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