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국토부 장관 지방 방문 ‘0’ 균형발전 주무 장관 맞나
국가균형발전을 부처의 1순위 업무로 내세우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노형욱 장관이 올해 5월 14일 취임 이후 만 6개월이 됐으나 공식일정상 지방에는 아예 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업무와 행사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리고 국토부 청사가 있는 세종에서만 이뤄졌다.
올해 6월 9일 광주 철거공사 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했을 때 10일과 15일 광주를 두 번 찾은 적이 있으나 이는 뜻밖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급하게 마련된 일정이었다.
서울·수도권·세종 청사 머물러
공식 일정엔 지방행 아예 없어
광주 붕괴사고 현장만 긴급 방문
“비수도권 현장 외면” 비판 고조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형욱 장관은 올해 4월 16일 내정돼 5월 14일 취임한 뒤 국회 출석과 국무회의 참석 등 국정업무 외에도 각종 행사 참석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예를 들어 6월 16일과 7월 22일 방역대응을 점검하기 위해 인천과 김포공항을 찾았으며 5월 25일엔 도심내 청년주거공간을 살피기 위해 서울 영등포 청년주택을 방문했다. 이 외에도 건설의날 행사, 물류단지 현장점검, 물류시장 일감협약식 등을 위해 현장을 갔으나 모두 서울이었다. 일정이 비어 있는 날도 꽤 많았으나 지방엔 가지 않았다.
국토부 홈페이지를 보면 국토부의 비전과 목표를 소개하면서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균형있는 국토발전’이다. 또 주요 정책과제를 소개한 난에서는 ‘균형발전으로 지방·수도권 간 상생 추구’를 주거안정에 이어 두 번째 과제로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 장관이 국정업무와 현장참석을 수도권에만 한정한 것은 이미 수습 불가능한 상태까지 와 있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를 오히려 확대한다는 목소리다.
단 한 번 충남 공주를 찾은 적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9월 17일 고속도로 휴게소 점검을 위해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알밤휴게소를 방문한 것. 그러나 이곳은 세종시 바로 옆으로, 세종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그는 곧바로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했다. 휴게소 현장점검도 세종에서 몇 발짝 벗어나지 않은 곳을 선택해 서울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셈이다.
지방행사를 계획하려 해도 장관이 참석하기에는 ‘격’에 맞지 않아 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부처의 수장이 격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요즘 시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국토부가 내세운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의도적으로라도 지방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고 체감하기 위해선 현장을 찾아야 하고 현장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며 “극단적 수도권 집중화를 타개하기 위해 장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노 장관은 올해 연말까지는 지방현장을 찾으려고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전북 순창에 태어나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연세대를 졸업했다. 지방이 고향이지만 이미 중앙정부의 엘리트 공무원으로, 여타 부처와 마찬가지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수도권 중심 성장에만 두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