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때도 그다지… 새삼 떠오르는 ‘김종인-PK’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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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과의 ‘인연’이 새삼 화제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그와 PK 정치권의 과거 관계가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 전 위원장은 PK 정치권과 ‘선연(좋은 인연)’ 보다 ‘악연(나쁜 인연)’이 훨씬 많았다.

박근혜 등 대통령 만들기 역할
김, 새 정부 출범 직후 등 돌려
김종인 비대위 때 갈등 ‘최고조’
PK 중진들, 당 운영 문제 삼아
지난 총선서도 홍준표 등과 충돌

그는 PK 보수 세력의 중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령을 만드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등을 돌렸다. 게다가 그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PK 출신이 거의 없다. 그는 주로 서울 출신들과 가깝다.

‘김종인 비대위’ 시절 김 전 위원장과 PK 정치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조경태 장제원 조해진 의원 등 PK 출신 중진들이 앞장서 김 전 위원장의 당 운영을 문제 삼고 나섰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의 한계를 많은 국민과 당원이 절감하고 있다”며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과정에서도 김 전 위원장과 PK 정치권은 충돌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총선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을 향해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고 감정섞인 경고를 보냈다. 이 전 본부장이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제보 문제를 거론하자 김 전 위원장이 황교안 당시 대표를 만나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당초 경남 양산을 출마를 검토했다가 당 지도부가 거부하자 대구(수성을)로 옮겨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이제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 그만하면 오래했다”고 했다. 그는 현직 검사 시절 ‘김종인 뇌물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

김 전 위원장과 PK 정치권의 악연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김형오 전 의장과 김무성 전 대표 등 PK 원로 정치인들이 잇따라 김 전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두 사람은 “대선은 특정인 한 사람이 좌우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므로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의 단독 체제가 지속된다면 PK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 대신 4선의 권성동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 자리를 맡은 것도 김 전 위원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이 국민의힘 PK 정치권의 행보와 부울경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다. 권기택 기자 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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