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비축유 방출 손잡은 국제사회, 기름값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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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 국가가 국제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를 공동 방출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유종별 판매 가격이 게시돼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주유소(왼쪽)와 지난 12일 일본 지바현 이치하라에 있는 이데미츠코산사의 원유·석유제품 저장고. AP·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10년 만에 공동으로 비축유 방출에 나서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에너지 가격이 잡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비축유 방출은 최대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이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중국·일본·영국 등 주요 국가
국제적 인플레 해결 위해 공동 행동
최대 석유 소비국 중국 동참 큰 의의
산유국 증산 합의 없으면 미봉책 그쳐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를 낮추기 위해 미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인도도 비축유 공급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도 국내 수요의 1~2일분에 해당하는 420만 배럴 규모의 국가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중국과 영국 역시 비축유 방출 행렬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국제적인 기름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과 논의했다”면서 “그결과에 따라 오늘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초래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년간 휘발유 가격이 61% 급등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을 앞둔 시점에 난방유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지난달 26일 배럴당 84.6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7년 동안 가장 비싼 가격이다. 지금은 다소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8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글로벌 석유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하루 평균 1억 배럴로 추산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방출 결정에는 유가를 억누르는 동시에 원유 증산을 거부하는 주요 산유국을 압박하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가 공동 비축유 방출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91년 걸프전이 벌어지자 미국 등은 173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덮쳤을 때도 6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었다. 10년 전인 2011년에는 리비아 내전 등으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6000만 배럴을 공동으로 방출했다. 다만 앞서 3번의 방출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여러 국가의 자율적 공조 의사에 따라 성사됐다. 특히 중국이 참여한 첫 번째 비축유 공동 배출이라는 점에서 각국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비축유 방출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3번의 사례처럼 자연 재해나 특정 국가의 상황에 따른 석유 생산 차질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닥쳤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유국들이 적극적인 증산에 합의하지 않으면 유가 억제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요 산유국들은 미국의 잇단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달 초 미국의 증산 요구를 거부한 것은 물론 비축유 방출에 반발해 기존의 증산 계획마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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