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 수감 중인 만삭의 인도 여성 목사 도움으로 ‘구치소 출산’ 위기 모면(종합)
구치소에 수감 중인 만삭의 외국인 여성을 위해 부산의 한 교회 목사가 출산을 돕고 나섰다. 자국 대사관조차 도움을 거절해 자칫 열악한 구치소에서 출산을 할 뻔했지만, 목사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보이스피싱 혐의로 복역 중 20대
교정위원인 변정섭 목사의 도움
교회 생활관 옮겨 이달 출산 예정
인도인 A(26) 씨는 올 3월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을 하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A 씨는 지난달 5일 부산구치소에 입감됐다. 입감 당시 A 씨는 임신 8개월에 접어든 상태였다. A 씨는 9월 30일로 국내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부산구치소 측은 주한 인도대사관에 A 씨에 대한 신원 보증과 병원비 등 출산 비용을 요청했지만, 대사관 측은 이를 거부했다.
통상 출산에 임박한 수감자는 보호자의 신원보증을 받아 형집행정지를 선고 받은 후 외부 병원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하고 재수감된다. 하지만 A 씨는 대사관마저 신원보증을 거부하면서 최악의 경우 구치소에서 출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산구치소 교정위원인 변정섭(66) 부산중앙교회 목사는 이 소식을 접하고 도움을 주기로 했다. 법무부는 출산을 이유로 A 씨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 올해 말까지 형집행정지를 했다. 변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부설 생활관으로 A 씨의 거처를 옮겼다. A 씨는 이달 중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변 목사는 20년 전 법무보호위원으로 임명돼 출소자의 상담을 맡았다. 이 인연으로 10년 전부터는 A 씨처럼 오갈 데가 없는 형집행정지 수감자의 보호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동안 변 목사의 도움을 받은 형집행정지 수감자는 100명이 넘는다. 변 목사는 “전국에서 어려운 수감자를 도와달라는 문의가 많이 온다”면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를 돕는 일이야말로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