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가는 부산 대표 야학교를 지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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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샛별야학교’ 김영식 교장이 노후된 학교시설을 가리키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데 환경이 안 좋아가(서) 힘들어요.”

1983년 개교해 600명 이상의 만학도를 가르쳐 온 부산 사상구 덕포동 ‘샛별야학교’가 최근 재정난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전국 곳곳에서 불을 밝혔던 야학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상황에서 부산의 대표 야학인 샛별야학교의 배움의 불빛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구청과 구의회 등 관계 기관이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38년 전통 사상구 샛별야학교
졸업생 600여 명 ‘만학도의 요람’
노후화로 안전사고 위험 노출
건물 매각 위기 학생들 쫓겨날 판
학교 이전 등 해법 찾기 ‘발 동동’

샛별야학교에서 중등반 수업을 듣는 70대 만학도 정태선 씨는 매일 밤을 기다린다. 평일 오후 7시 30분~9시 50분 진행되는 검정고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년째 야학교에 다닌다는 정 씨는 이곳에서 초등반을 졸업하고 지금은 중등반 반장이 됐다. 정 씨는 “민원서류 작성을 위해 찾은 구청에서 글자 받침을 틀리게 쓰는 모습을 본 공무원이 샛별야학교를 소개해줬다”면서 “그 덕분에 매일 배우는 재미에 빠져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 씨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학교 시설이 낡을대로 낡아 학생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씨가 수업을 듣는 지하 교실은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로 평소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는 등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건물이 오래된 탓에 시멘트 가루가 흩날리거나 아예 건물 뼈대가 드러난 곳도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늘 걱정된다.

9년째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순심 교사는 늦게나마 배움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최 씨는 “평소에도 지하에서 물이 새고, 어르신들이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환경이 너무 열악해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1983년 사상구 모라동에서 시작한 샛별야학교는 사상공단 인근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 것에서 출발했다. 수업료가 전액 무료인 탓에 변변한 학교 건물도 없어 지금까지 10여 차례 넘게 학교를 옮겨야 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해마다 20~30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졸업생이 나왔다. 지금은 사상구를 포함해 경남 김해 등 여러 지역에서 모인 학생 60여 명이 한글반, 초등·중·고등반 등 7개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

예전 부산 지역에만 10개가 넘던 야학교는 운영난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샛별야학교가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학교도 최근 임대료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비와 구비 지원을 통해 매년 2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매달 200만 원 가까이 나오는 월세와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최근에는 학교 건물이 매각 위기에 놓여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김영식 샛별야학교 교장은 “지금도 운영비를 사비로 충당하거나 교사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학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돈이 없어 이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사상구청과 사상구의회는 샛별야학교의 이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사상구청 조용희 평생학습팀장은 “2023년 신축 예정된 덕포1동 주민센터에 장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논의 단계”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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